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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정 Apr 29. 2024

사랑을 시작하며 #2

4. 꽃다발.. 고백.. 그리고 첫사랑


청년부 수련회는 별다른 잘 사고 없이 잘 마무리되었다.

수련회를 다녀와서도 그와 바위 위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던 그 시간 자꾸 생각났,  

성당에 가는 날이자 그를 볼 수 있는 일요일까지의 시간이 길게만 느껴졌다.



#우연이 겹치면 필연?


아직 일요일이 오기 전, 

모처럼 시내에서 친구를 만나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있을 때였다.

'가 탈 버스는 언제 오나..' 멍하니 먼저 온 버스 창문을 바라보고 있는데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였다. 그도 나를 보았고 우린 놀란 눈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이야기를 건넬 새도 없이 그가 탄 버스는 출발했지만 

날 보고 반가워하 웃는 얼굴이 기억에 남아 하루 종일 생각다.


그가 빨리 보고 싶어졌다. 

                                   

드디어 기다리던 일요일이 돌아왔고,

"만약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나는 마치 어린 왕자를 기다리던 사막여우처럼 아침부터 들뜬 마음으로 하루를 맞이했다.

그리고 그를 만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전시회 팸플렛을 내밀었다. 대학 생활을 하며 서도회 동아리 활동 중이었는데, 1년에 한 번 여는 정기 전시회를 앞두고 있었다. 전시회에 그를 초대하고 싶었다.


"오빠, 나 전시회 하는데 시간 되면 올래~?"

그는 꼭 오겠다고 대답했고 팸플렛을 받아 든 그가 왠지 신나 보였다. 내 마음도 함께 신나고 있었다.           


전시회 첫날,  그가 꽃다발을 들고 활짝 웃으며 전시회장으로 들어왔다.

'와~ 혹시 나에게 주려는 건가?'  너무 신기하고 설레서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나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오는 길에 너무 쑥스러워서  "어느 쪽 길로 가면 사람들을 덜 만날까, 혹시라도 아는 사람을 만나면 뭐라고 해야 하지~” 고민하며 왔다고 말했다. 1988년 그 시절, 꽃다발과 함께한 그의 짧은 여정은 그에게 용기가 필요한 미션이었던 셈이다.

용기를 내준 그가 고마웠고, 자꾸만 실없이 웃음이 나왔다.      


꽃다발을 받아 들고 전시회장으로 그를 안내했다. 서예의 여러 가지 서체에 대해 설명하며 함께 작품을 감상했다. 내 작품 앞에서는 나와 작품을 번갈아 보며 연신 엄지를 들어 올렸다. 


"수정이가 서예를 참 잘 쓰네" 그는 내 재능이 특별하다며 칭찬해 었다.


전시회장을 한 바퀴 돌고, 밥을 사주겠다는 그를 따라나서는데,

우리 뒤로  "오빠가 아빠 된다더라~" 하는 선배들의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를 따라오며 울려 퍼지는 그 소리에 둘 다 웃음이 터졌다.  ~하하하하~~~        




꽃다발을 들고 그와 함께 걸으며 내 마음이 나비처럼 나풀거렸다.


그는 나에게 돈가스를 사주겠다며  레스토랑으로 데려갔다. 의자에 앉아 돈가스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오빠가 물어왔다.


"수정아, 남자 친구 있어?

“아니.., 없는데~” 냉큼 대답하고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그를 바라봤다.     


그는 날 동생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고,  좋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기 있는 자만이 미인을 얻는다"라는 어느 시인의 말을 전하며, 대답은 천천히 해도 되고 나의 답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날 한참 어린 생으로만 여기는 줄 알았는데,  좋아하는 그의 마음을 알게 되어 날아갈 듯 기뻤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의 고백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그에 대한 사랑이 불꽃처럼 피어올랐다.     


그는 "다음 데이트 신청받아주면, 오늘 고백에 대한 답으로 알게"라고 말하며 환하게 미소 지었고,

난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나의 첫사랑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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