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수정 Apr 22. 2024

사랑을 시작하며 #1

3. 어색함과 설렘사이 어디쯤...

새로운 시작... 봄이 오고 있었다.    


기도를 너무 안 한 게 문제였을까?... 대학에 또 떨어진 후,


삼수는 정말 자신 없던 나는,

후기대 미술학부 산업디자인과에 지원했다. 두 번의 낙방 후 처음으로 대학에 합격했고,  목표한 학교는 아니었지만 입시에서 해방된 것만으로도 너무 기뻤다.    




# 성당활동     

     

대학생이 된 후 제일 먼저,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 주일학교 교사였다.

성당을 다니며 만난 주일학교 선생님들은 친절했고 아이들을 잘 챙겨주는 모습이 좋아, 나도 그런 선생님을 꼭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주일학교 예비 선생님으로 처음 교사들과 만나는 자리,

그곳에는 서랍 속에서 묵주와 함께 잊혀 가고 있던 그가 있었다. 


그가 신학교를 중퇴했다는 친구의 말이 긴 여운으로 남았었는데, 성당에서 다시 만나니  반가웠다.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주일학교 교사 회의에 참석했고,  그는 자기 반 율동을 가르칠 보조교사로 나를 적극 추천했다. 자연스레 그의 보조 교사가 되었고, 내심, 그가 나를 선택해 주어 기분이 좋았다.                


주일학교에서 꼭 필요한 역할이 성가에 맞춰 율동을 가르치는 일이었다. 난 그의 추천대로 율동을 담당했고, 어린이 성가에 맞춰 따라 하는 그의 어설픈 동작에 왜 그렇게 웃음이 나던지, 웃음을 참느라 진땀이 날 정도였다. 그러면서도 곧 잘 따라 했고 뻣뻣한 동작이 때때로 귀여웠다.  


어린아이처럼 장난기가 많은 그에게 "신학생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되죠!"

한때 신학생님이던 그를 가끔 놀리기도 하며 조금씩 가까워져 갔다.           


그러다가 주일학교에서 가장 큰 행사인 여름 성경학교가 다가왔다. 주일학교 선생님으로서, 함께 준비하며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그때쯤 우리는 부쩍 친해져 있었다.                                      


그 후로도 대학 4학년까지 4년을 함께 주일학교 교사로 활동했다.

되돌아보면, 신앙 안에서 그와 함께 보낸 시간들이 정말 큰 축복이었던 것 같다.   


수정이는 내가 구해 줄게


성당 청년부 수련회를 갔을 때였다.

우리는 계곡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했는데 그날 밤 비가 오기 시작했다. 대비책을 세우느라 모두들 분주해졌고, 남자들은 텐트옆으로 물길을 만들고 돌멩이로 지지대를 고이며 동분서주했다. 시간이 지나며 다행히 비는 잦아들었고, 비를 피해 텐트 안에 있던 나는, 텐트 안이  답답하기도 하고 밖에 상황이 궁금하기도 해서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바위 위에 혼자 앉아 있는 그를 발견하고는 그의 옆으로 갔다.

"오빠, 뭐 해?"라고 묻는 나에게

"보초 서고 있지, 걱정돼서 나왔구나!"

"응~"

"걱정하지 마, 다른 사람은 다 떠내려가도 수정이는 내가 구해 줄게"  

"정말? ㅎㅎㅎ" 난 해맑게 웃었고, 물소리에 내 웃음소리가 어우러지며 사라졌다.          


물이 불어나 계곡물은 제법 요란한 소리를 내며 흘렀고, 비가 그쳐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잠시 물소리를 들으며 그와 함께 앉아 있었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고, 나를 찾는 친구의 목소리가 정적이 깨며 난 다시 텐트로 돌아왔다.         


텐트로 돌아와서도  구해 준다는 그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며 계속 생각났다.              

이전 02화 우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