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문도 열어보고 짐짓 알면서도 모르는 척, 아이들의 장단에 맞춰 숨바꼭질 놀이를 했다.
그가 "찾았다!!"를 외치면 아이들은 들킨 걸 아쉬워하며 빼꼼히 얼굴을 내밀었고,
꽁꽁 숨어 못 찾는 날은 두 아들이 의기양양 승리자가 되어, "아빠!!" 하고 그에게 안겼다.
그렇게 숨바꼭질이 끝나고 평화로운 저녁 시간을 맞이했다.
아이들은 잠자리에 들기 전, 그가 읽어주는 동화책을 좋아했다. 등장인물의 목소리를 흉내 내가며 실감 나게 읽어주는 아빠표 동화책에 빠져들었고,나중에 한글을 깨쳐 스스로 읽을 수 있는데도, 책을 들고 와 읽어 달라며 졸랐다. 나도 그의 옆에 누워 같이 듣기도 하고, 역할 분담을 하며 읽어주다 잠이 들었다.
우리 가족은 꿍짝이 잘 맞아,
차를 타고 이동할 때나 여행할 때면, 아이들과 끝말잇기나 퀴즈 놀이를즐겨했다.
아무래도 두 살 위인 큰애가 더 유리했는데, 막내는 형한테 지기 싫어 발을 동동 구르며
"아빠아~, 아빠아~~~!! 맨날 형만 이기자나아~~" 자기편을 들어 달라고 떼를 썼다.
"희문아, 게임은 공정해야지?, 떼쓰면 안 돼!"
일곱 살이던 큰애가 동생 이름을 부르며 엄중히 경고하던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
"어휴, 이 뗑깡쟁이~" 그때 큰애가 동생에게 붙여준 별명이 '뗑깡쟁이'였다.
그가 퀴즈를 내면 아이들이 경쟁하듯 풀고, 노래 장기 자랑도 하며 ,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지루할 틈 없이 우리의 웃음소리로 채워졌다.
그렇게 자상한 아빠의 사랑 안에서 두 아들은 초, 중, 고를 거치며 공부도, 학교 생활도 잘해 나갔다.
나중에 큰아들이 "아빠는 공부하라 소리를 한 번도 하지 않았는데, 정작 우수한 성적표를 받아오면 엄청 좋아하셨어"라고 말했다. 아빠가 기뻐하는 모습이 좋아 더 열심히 공부했다고 한다. 그는 아이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하도록 조언했고, 나처럼 일희일비하지 않고 긴 안목으로 아이들을 지켜봐 주였다.
# 딸 같은 막내아들
남편은 아들밖에 없는 시댁에 딸 같은 아들이었다. "막내야~"하고 부르시는 어머님의 목소리가 참 정겨웠다.
형제를 키우면 많이 싸운다고 하는데, 남편 형제들은 다툼 한번 없이 컸다고 한다. 그는 형들의 말이라면 무조건 믿고 따랐고, 형들도 막내를 존중하고 귀히 여겼던 것 같다.
우애 좋은 남편의 3형제는, 결혼해서도 사이좋게 아들만 둘씩 낳았다. 딸이 참 귀한 집안이었다. 고만고만한 녀석들이 모이면 여섯이었는데, 사촌들끼리도 사이가 좋았다. 명절에 만났다가 헤어질 때가 되면 눈물바다가 되곤 했는데, 이산가족이 따로 없었다.
그러니 명절이 되면 시댁에 좀 늦게 가고 싶어도, 남편과 아이들 성화에 못 이겨 서둘러 들어가야 했다.
시댁은 가족 행사가 있으면 3대인 대가족이 모인다. 조카들도 결혼하고 아이들이 있으니, 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음에도가족 행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웬만하면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새 식구로 들어온 며느리들도 하나같이 집안 분위기에 잘 스며들었다. 참 특별한 가족이 아닐 수 없었다.
그중에서도 제일 재미있고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 우리 남편이었다.
재치 있는 입담, 상대방을 기분 좋게 만드는 칭찬과 배려, 활기 넘치는 모습으로 분위기를 주도했다.
가족 모두가 인정하는 그의 달란트였다. 무엇보다 그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 많은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