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제 목소리가 들리시나요?

아빠를 혼자 떠나보내야 했던 이유

by 리치그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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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몹시 고단했을 아빠의 삶을 잠시 돌아봅니다.

늘 묵묵히, 그러나 누구보다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버텨내셨던 아빠.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에도, 땡볕이 내리쬐는 날에도 가족을 위해 걸음을 멈추지 않으셨죠.

아픈 저를 두고 단 한 번도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으셨던 분.


그런 아빠가 세상을 떠난 지금, 저는 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도, 후회되는 일들도 너무 많습니다.

아빠, 편찮으신 아빠를 끝까지 곁에서 돌보지 못하고, 요양원과 요양병원에 보내드린 저를 부디 용서해 주세요.

많이 서운하셨죠? 많이 무서우셨죠? 함께 있어주지 못하고, 끝까지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때는 차마 말씀드리지 못했지만, 아빠가 아프신 동안 엄마는 이미 죽음을 앞두고 계셨고, 저 역시 유방암 수술을 두 번이나 받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아빠였으면, 당신이 죽더라도 저를 끝까지 지키셨을 텐데... 저는 그러지 못한 게 평생 한으로 남습니다.


엄마와 아빠를 보내드리고, 아파트를 정리하다 평생 일만 하시느라 해외여행 한 번 못 다녀오신 두 분의 여권을 발견했을 때,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아빠, 나태주 시인의 따님 나민애 교수님이 아버지께 쓴 편지에 이런 글이 있어요.

1979년 6월 26일 내 생일날

아버지와 내가 만나 지금껏 하고 있는 게 바로 여행이야.

그러니까 나는 지금 이 여행으로 충분해.

아버지와 함께한 이번 여행이 너무 좋았어.


아빠,

1978년 12월 23일 태어나,

아빠를 만나 2023년 12월 19일까지 아빠와 함께 긴 여행을 했습니다.

조금은 고단했고, 조금은 아팠지만, 제게 아빠와 함께한 45년간의 여행은 행복한 날이 더 많았습니다.

이제는 몸도 마음도 편안한 그곳에서 평안하시기를.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아빠, 제 목소리가 들리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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