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도착하길
병든 가족을 돌보는 보호자는 겉으로 보기에 멀쩡해 보일지 몰라도, 마음속은 수없이 무너져 내린다.
환자가 아파하는 모습을 지켜본다는 건, 그 어떤 시련보다 무력한 경험이다.
“내가 아무리 애써도 병의 속도를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이 마음을 갉아먹는다.
내가 대신 아파줄 수도, 고통을 덜어줄 수도 없다는 현실 앞에서 보호자의 마음은 매일 작게 부서진다.
약을 챙기고, 병원에 모시고, 곁에서 손을 잡아주는 그 순간조차 “정말 이게 도움이 되는 걸까?” 하는 무력감이 마음 한구석을 파고든다.
또 하나의 상처는 보이지 않는 외로움이다.
환자의 곁에 늘 있지만, 정작 나의 마음을 돌아봐주는 사람은 드물다.
“너까지 아프면 큰일이야, 몸 잘 챙겨”라는 말이 때론 위로보다 더 큰 외로움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보호자의 눈물은 아픈 이 가 잠든, 아무도 모르는 새벽에만 조용히 흘러내린다.
이 무력감과 외로움은 때로 스스로를 끝없이 책망하며 죄책감으로 이어진다.
“내가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내가 더 일찍 눈치챘더라면…”
하지만 그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병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최선을 다해 곁에 있어주는 것뿐이다.
병은 개인의 탓이 아니라는 단순한 진실을, 간병을 하다 보면 잊게 된다.
혹시 지금도 병실 의자에 앉아, 환자의 잠든 얼굴을 보며 한숨을 삼키고 있나요?
그렇다면 기억해 주세요.
당신이 느끼는 무력감과 지침은 결코 당신의 부족함이 아니라, 그만큼 환자를 향한 사랑이 깊기 때문에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라는 것을요.
당신은 환자만큼 아픈 사람입니다.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까지 함께 고통을 겪고 있는 착한 사람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돌본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무겁고 지치는 일이다.
나에게 부모님 간병은 마음속 깊은 곳의 사랑과 인내를 끝없이 꺼내 쓰는 시간이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무게가 얼마나 깊고 날카로운지 쉽게 짐작하기 어렵다.
아픈 건 환자만이 아니다.
곁에서 하루하루를 지켜보는 보호자 역시 몸과 마음이 쉽게 병들어 간다.
어제보다 조금 더 기운이 빠진 모습, 어느 날은 갑자기 무너지는 듯한 환자의 얼굴을 마주할 때, 보호자의 마음은 속으로 조용히 무너진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픈 이의 손을 꼭 잡고, 웃어 보이며, 괜찮다고 다독인다.
나 역시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하루의 거의 모든 생각과 행동이 아픈 부모님을 향해 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사랑의 무게가 늘 따뜻하게만 다가오지는 않았다.
때로는 그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고, 숨이 막힐 만큼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많았다.
보호자는 그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매일 조금씩 소모한다.
몸이 지치는 것을 넘어 마음 깊은 곳까지 서서히 고갈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간병은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다.
나 또한 ‘나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 혹은 ‘당연히 내가 해야 한다’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혹시 지금, 당신도 저처럼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나요?
매일 반복되는 간병 속에서 한숨과 미소가 교차하고, 가끔은 스스로를 잃어버린 듯한 공허함이 몰려오진 않나요?
그 마음, 저는 조금 압니다.
그래서 이 글을 씁니다.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걸,
당신의 고단함을 누군가는 이해하고 있다는 걸 전하고 싶어서요.
부디 이 글이 당신에게 잠깐의 숨 고르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흘린 눈물과 지친 어깨 위에, 작게나마 위로라는 손길이 닿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