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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채 Nov 05. 2024

띠옹섬 연대기 03화

자리에서 일어나 정리를 하고 슈퍼로 나왔다. 군청색, 남색, 보라색으로 이어지는 하늘이었다. 점점 날이 환해지고 있었다. 금세 푸른색의 영역이 넓어졌다. 할머니는 빗자루를 들고 슈퍼 앞을 쓸고 있었다.     


“일어났으면 얼른 가.”     


새벽마저도 열기를 식히지 못했다. 반팔을 입고 있었음에도 다시 후끈함이 올라올 것만 같았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집으로 향했다. 여전히 잠이 쏟아졌지만 이 정도면 학교에서는 졸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 집 대문을 앞에서 기지개를 켰다.     


“어디 갔다가 오냐?”     


오렌지색으로 칠해진 벽 가운데 창문이 열렸다. 고개를 내밀어 내게 말을 거는 도현의 머리카락은 물에 젖어 있었다.     


“비밀.”      


도현이도 딱히 궁금한 눈치는 아니었다. 자신의 용건만 말했다.     


“나 오늘 친구들이랑 축구. 그러니까 빨리 와.”     


“혼자 먹고 가.”     


도현이네 어머니와 우리 엄마는 같은 유통 회사에 다닌다. 두 사람은 오전에 일을 구하고 싶었지만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야간조에 투입되어 일하고 있다. 남편과 헤어져서 아이 한 명과 살고 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의지할 수 있었다.     


이번 주는 도현이네, 다음 주는 우리. 두 사람은 번갈아가며 홀로 밥 먹을 자식들을 서로의 집에 보냈다. 자신들이 그러한 것처럼 우리들도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가길 바랐던 것 같다. 나는 응이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우리 집으로 들어갔다.     


“빨리 와라?”     


도현이가 창문을 닫는 소리가 들렸다.     




   


학교 갈 준비를 마치고 다시 집을 나섰다. 그대로 마을 버스를 타러 가려다 휴대 전화에서 메시지가 왔다.     

 

[아침은 꼭 챙겨 먹어.]     


마치 내가 있는 곳에 CCTV를 달아 놓은 것 마냥 엄마는 내게 그때 그때 필요한 메시지를 담아서 보냈다. 실제로 CCTV를 단 것은 아니기에 엄마의 말을 따르지 않을 수도 있었다. 내가 밥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음식양을 보고 확인할 수는 있었지만 당장에는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그래도 최대한 엄마의 말을 따르려고 한다.     

도현이가 열었던 창문을 두들겼다. 역시나 도현이가 문을 열었다.      


“내가 빨리 오라고 했지?”     


“미안, 미안.”     


도현이의 집에 들어갔더니 내 몫의 식사만 남아 있었다.      


“시래기 된장국에 멸치볶음. 메뉴 마음에 안 들어도 알지?”     


동갑인 남자애 주제에, 제2의 엄마처럼 잔소리를 늘어놓는 도현이가 웃겼다. 나는 손을 내밀어 집 열쇠를 건네 받았다. 용건이 끝났기에 얼른 나가라고 손짓을 했다. 도현은 가방을 맨 건지 든 건지 알 수 없는 자세로 집을 나섰다.      


나는 식탁에 앉아 유튜브 커뮤니티로 들어갔다. 잠들기 전까지 봤던 [아일론TV]에서 올린 시간문화자 양성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이었다. 읽고 또 읽었다. 놓치는 것은 없는지 내가 내세울 것은 무엇인지 고민했다.      


등교 시간이 가까워졌다. 식탁의 음식은 거의 그대로였다. 국에 밥을 말아 마셨다. 멸치볶음도 입에 털어 넣었다. 설거지통에 그릇을 넣고 문단속을 하였다.     


버스에서는 [아일론TV] 영상을 재생했다. 제임스의 멘트와 함께 찬찬히 읽었던 내용을 다시 떠올렸다. 모집대상은 시간문화자를 희망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모집규모는 다섯명, 여행기간은 3개월이었다. 다행히 기간은 방학과 거의 같았다. 방학이 아닌 날에는 현장학습 신청을 하면 될 것 같았다. 그동안 쓰지 못했기에 출석 일수를 받는데 크게 무리될 건 없었다. 그 외에도 자기소개서, 양식은 자유롭게 포트폴리오도 제출하면 된다고 했다.      


앞으로 내가 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메모장에 써내려갔다. 




'띠옹섬 여행기'를 '띠옹섬 연대기'로 퇴고하여 

브런치북으로 연재를 시작합니다.


여행기를 응원해주신 분들께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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