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또 전화할게

by vakejun


아빠는

'야 인마, 너는 집에서 기다릴 걸 알면서 이렇게 연락을 안 하면 어쩌냐?'

라고 드문 야단을 쳤고, 오빠는 전화기 너머로 답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잖아요."


저 인간이 어디서 뭘 하는지도 모른 채,

엄마 아빠는 하나뿐인 아들의 전화를 오매불망 기다리셨다.


군대에서는 곧잘 전화하고, 걸핏하면 휴가를 나왔다.

엄마는 휴가가 왜 이리 잦냐고 물으셨다. 정말 자주 나타났다.


그리고 어느 겨울, 새벽에 느닷없이 나타나 나무로 만든 상 하나를 들고 나타났다.

재수할 테니 오토바이를 사달라고 하더니, 결국 그 좋은 손재주로 뭐 하나를 만들고 나타난 것이다.



세 가족이 기다리는 언니와 오빠의 소식은 그럼에도 고상했다.


연말에 편지 같은 걸 보내왔는데 거기엔

'부모님 전상서'라고 적혀있었다.


TV에서 꽤나 길게 방영한 주말 드라마의 제목과도 같은 그것은 그렇게 잊히지 않았다.


내 경우는 어버이날 부모님께 편지 쓰기를 강요한 학교의 숙제가 전부였다.


그리고 전화.


어느 새해에는 본가에 가지 못해 영상통화를 하며 새해 복을 전해드렸다.

이 좋은 스마트폰을 쓰면서 되려 옛날만 못하다.

호환이 안된다는 이유로 음성통화가 최선인 것이다.



엄마는 문자 받는 걸 좋아하신다.

자주 안 쓰면 잊어버린다고 어쩌다 짧은 답변이 전부지만 전화를 못한 날이면 난 문자를 보낸다. 운 좋으면 엄마의 답장이 올 때도 있다.

받침 몇 개 틀린 답장이어도 좋기만 하다.


뭐라 써도 다 알아먹으니까 걱정 말고 보내시라 말씀드렸다.

엄마의 답장은 '우리 엄마 아직 건재하네!'라는 기분이 같이 온다.


다 큰 손주 4명이 있지만 아직은 낯선 이의 '할머니'소리가 너무나 듣기 싫다는 엄마가 보내는 젊은 메시지이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신호인 것이다.



올 겨울에는 언니에게 엄마의 처진 쌍꺼풀의 시술을 맡길 거다.

확신하는 이유는, 가족들이 모두 모였을 때 언니가

"내가 해줄게!'

라고 하는 걸 내가 녹음했기 때문이다.

빼박이다.

잘 부탁해 언니.


보통 긴 통화가 시작될 것 같은 엄마의 전화에서는 빠른 감이 낚아챈다.

지금 엄마는 알리고자 하는 게 많다는 걸..

"엄마 내가 전화할게 끊어"


피곤했을 엄마의 하루들이 며칠 쌓이면 우리는 날 잡고

응축된 그 덩어리의 겉면을 하나둘씩 벗겨낸다.


마지막엔 "너한테 못하는 말이 없다.."라고 하시지만

엄마, 자식은 그러라고 있는 거야 한다.

막내는 부모님 전상서보다 들어주기와 공감하기에 능하다.


엄마에게 전화하는 규칙적인 시간은 일일드라마가 끝난 밤 9시, 겨울은 해가 일찍 저물기에 이제는 시간을 앞당겨야 한다.




아마 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시간에 맞춰 엄마에게 전화를 할 것이다.


언니는 문득 엄마가 생각날 때, 오빠는 퇴근길에.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무탈한 하루를 확인한다.


아, 나는 엄마에게 언니 오빠의 안부를 묻는다.

얼마나 자주 전화하는지 확인하는 셋째다.

엄마는 말한다. 오빠도 똑같은 짓을 하고 있더라는 걸.

하, 고놈의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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