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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궁금해한다

나를 찾는다

by 온규

스스로를 얼마나 알고 있나요?


초등학교 때 제일 많이 들은 질문은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이다.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그때마다 TV와 교과서에 제일 많이 나오는 직업인 "요리사"와 "과학자"를 번갈아 가며 말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는 장래희망 칸에 큰 고민 없이 "사업가"라고 적기를 반복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한 게 잘못은 아니지만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당당하게 남들 앞에서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부끄러워졌었다.

20대를 관통하고 있는 지금도 나는 좋아하는 일을 묻는 질문도 아닌 고작 "좋아하는 음식이 뭐야?"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할 수 없는 사람이다. 굳이 고르자면 치킨을 좋아하는 거 같지만 '내가 이걸 좋아한다고 말할 정도로 정말 좋아하는 음식인가?'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며 우물쭈물 "저는 다 잘 먹어요!" 대답하곤 한다. 나는 이런 내가 무던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냥 나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었다.


내 마음에 대해 알고 있는 게 하나도 없는 걸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도 좋아하는 일도 날 힐링시키는 일도 알고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모순적이게도 평생 "나"로 살아온 내가 나를 가장 궁금해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나를 모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그동안 나는 행복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어?'

너무 당연한 말이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아야 한다. 매 순간을 긍정적으로 살고 좋아하는 일을 생업으로 만든 방송인 노홍철은 여러 매체를 통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아야 하는 이유를 자기 인생을 근거로 강조해 왔다.

'노홍철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기에 저렇게 매일 웃을 수 있는 걸까?' , '매 순간을 즐기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걸까?' 그를 웃게 만드는 무언가를 알 수 없었지만 노홍철처럼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고 내 마음을 나침반 삼아 살아보고 싶어졌다.

그렇다면 행복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나도 아직 도달하지 못했지만 감히 나를 온전히 알고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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