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써보겠다고 개고생
며칠 동안 끙끙 앓았다. 어제 먹은 저녁밥에 체해서 그런 것 일수도 있지만 이미 여러 번 악몽을 꾸는 등 힘들었다. 글의 영역을 높이고 싶었다. 즐겁게 쓰던 수필을 잠깐 두고 소설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전에 읽었던 선배 브런치 작가님들의 조언처럼 '나를 위한 글이 아닌 타인을 위한 글'도 써보고 싶었다. 더 솔직히 이야기해서 '돈이 되는 글'을 쓰고 싶었다. 아주 간절하게 말이다. 그 결과 3개의 작품을 쓴 듯싶다.
'쓴 듯싶다'라는 표현은 앞으로 쓰는 것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힘들었다. 욕심은 창대하지만 실력은 보잘것없다 보니 '망망대해 조각배'를 몰고 가는 기분이었다. 제일 친하다 생각했던 사람에게 용기 내 보여주고 참 이루 말할 수 없는 혹평도 들었다. 그 친구의 말을 들을 필요는 없지만 굳건하지 않은 내 맘은 현대식 표현으로 '맴찢'이었다. 오늘만 기다렸다는 듯이 최악의 평을 하는데 그 친구가 참 사람, 아니 사람쌔끼(?)로도 보이지 않았다. 아닌 듯했지만 내가 '글쓰기'를 많이 소중히 생각하는 것 같다.
소설을 쓰는 나날동안 악몽을 계속 꿨다. 처음에는 괜찮았다. 가뜩이나 글 소재도 없었는데 '잘 되었다.'라고 생각했다. 공포소설도 쓸 수 있겠다 생각했다. 꿈에서 깨자마자 메모장에 꿈을 기록했다. 기록하지 않은 꿈은 그냥 날라갔다. 분명 스펙~터클 한 꿈이었는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꿈을 기억하고 그걸 글로 표현만 한다면 나는 대박작가가 될 거다....'메모장을 봤는데 '망'이다. 메모장에 '옛단섬, 도시에서 온 형사, 문명과 단절된 섬, 촌장, 시체, 동물 뼈, 막는 길, 실험은 성공, 빨리 쏴'라고 적었다.
'뭐냐? 도대체 뭘 쓴 거야?'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 그냥 쓴 단어들의 조합이 아닌데.... 기억나면 대박일 것 같은데 아쉽다....그 다음날도 꿈을 많이 꿨다. 꿈을 많이 꾸는 것은 잠을 잘 못 잔 거다. 하루가 많이 피곤했고, 짜증이 많이 났다. 가뜩이나 힘든 회사인데 스스로 힘듦을 보태고 있었다. 그렇게 며칠을 앓고 욕심을 내려놨다. 조금만 쉬자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조금씩 몸이 나아지는 것 같다.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가야겠다.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조금만 더, 더, 더 하다 보면 흥미를 잃어버린다. 오늘도 씁쓸하게 분수를 배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