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시장국밥
송정매일시장(송정5일시장)은 1982년 개설된 상설시장이다. 매월 끝자리 3일과 8일에는 오일장이 열린다. 시장국밥은 송정매일시장에서 30년 이상 영업중인 국밥 전문점이다.
영업시간은 화~일요일 06:00~20:00이며 월요일은 휴무이다. 장날이 월요일이면 다음날(화요일) 쉰다.
돼지 부속을 삶아낸 육수에 토렴한 다양한 국밥을 맛볼 수 있다. 취향에 따라 건더기를 선택해 먹을 수 있다.
안주류로 곱창전골, 암뽕순대, 머리 고기, 수육, 새끼보, 모둠 안주등도 판매한다. 밥 대신 국수를 넣어주는 시장국수가 별미이며 밥을 따로 주는 따로국밥은 1,000원을 추가해야 한다. 10,000원 이상 포장 판매도 가능하다.
점심시간(11시~15시)에 혼자 온 손님은 합석해야 한다는 문구가 출입문에 써있다.
2019년 송정매일시장 장터국밥에서 국밥을 맛봤다. 여사장님이 토렴하던 모습과 국밥 맛이 인상 깊었다. 추억의 맛은 기억을 남겼다.
맛을 그리며 장터국밥을 검색해 보니 영광으로 이전 후 상호를 변경하여 영업 중이다. 송정매일시장에 국밥집 몇 곳을 더 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전일 묵은 광주 숙소에서 오전 6시 전에 나왔다. 송정 98번 버스를 타고 광주송정역 정류장에 내린다. 미리 봐둔 송정매일시장 시장국밥으로 향한다. 지도 앱 도움과 6년 전 기억을 더듬으며 15분 걸어 시장국밥 앞에 도착한다. 오전 6시 42분이다. 아침인데도 후텁지근하다. 이미와 등에 땀이 흐른다.
국밥집 몇 곳이 모여 있고 시장국밥 건물이 앞쪽으로 따로 있다. 자전거를 타고 온 듯한 손님이 식당 밖 식탁에서 아침 식사 중이다.
건물 위 간판에는 돼지국밥 전문점, 상호, 주요 메뉴 등이 크게 쓰여 있다. 출입문 위 빨간 바탕에 노란색으로 ‘돼지국밥 전문점 토렴국밥의 원조 30년 전통’이라 쓴 글자가 눈에 띈다. 이곳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를 간판으로 다시 확인한다.
출입문을 좌측으로 밀고 들어선다. 더위를 식혀주는 기계 바람을 느끼는 찰나 “어서 오세요” 하는 젊은 남자의 말을 듣는다. 동시에 구수한 향이 코를 후빈다. 눈은 본능적으로 출입문 좌측으로 향한다. 열린 주방 커다란 은색 솥에 김이 모락모락 오른다. 채 두 걸음을 걷기 전이다.
맛의 기대치를 한껏 올리며 걸음을 옮겨 주방 바로 앞자리에 앉는다. 자리에 앉자, 밑반찬을 내준다. 신김치, 깍두기, 양파, 고추, 콩나물은 네모진 그릇에 새우젓, 다진 양념, 된장 등 양념은 일자 그릇에 담겨 있다. 밑반찬은 부족하면 셀프 코너에서 가져다 먹을 수 있다.
메뉴판을 살펴본다. 식사류로 다양한 국밥과 안주류가 보인다. *표시는 추천 메뉴인듯하다. 따로국밥과 시장국수도 판매하지만, 토렴 국밥을 먹으러 왔기 때문에 선택 대상이 아니다. 특국밥과 시장국밥 사이에서 망설인다. ‘특국밥은 양이 많은게 아니예요 새끼보, 수육 들어가요’라는 문구를 보았기 때문이다. 기본인 시장국밥을 주문한다.
주문 후 주위를 둘러본다. 식당 내부가 환하고 깨끗하다. 장터 국밥집 특유의 구린 냄새도 나지 않는다. 여름 아침 7시 전인데도 5테이블 정도 손님들이 식사한다. 사투리를 쓰시는 어르신들이 많다. 원산지 표시판을 보니 돼지고기, 쌀, 배추, 무 등 대부분 식재료는 국내산을 사용하며 고춧가루만 중국산이다.
주위를 보느라 잊고 있던 토렴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고개를 좌측으로 돌린다. 여사장님이 토렴을 마친 국밥에 고명을 얹어 국물을 담고 계신다. 국밥이 식탁 위에 놓인다. 자세한 토렴 과정은 식사 후에 보기로 하고 국밥에 집중한다.
주문한 시장국밥은 돼지국밥이다. 돼지국밥을 지그시 바라본다. 스테인리스 그릇 안에는 흐린 황톳빛을 띠는 국물이 찰랑거리고 맑은 기름, 노란 깨, 빨간 고춧가루, 푸른 대파 등이 둥둥 떠다닌다. 하얀 비계와 갈색 살이 붙은 머리 고기와 곱창은 떠돌지 않고 제자리를 지키고, 뽀얀 밥알은 살그머니 머리만 내밀고 있다. 그 중심에 검붉고 큼직한 선지가 덩그러니 붙박여 있다. 조화를 이룬 색감은 뇌로 전달되며 쾌감을 입속에 분출한다.
군침을 삼키며 건더기들을 밀치고 국물만 한 숟가락 떠먹는다. 입술과 혀에 닿은 ‘따듯하다’는 감각과 여린 감칠맛은 ‘알맞다’란 단어를 뇌에 그려낸다. 국물의 간도 딱 맞다. 따로 나온 양념은 넣지 않는다. 국물만 몇 차례 더 먹는다. 구수하고 시원한 감칠맛이 입과 내장을 너울거린다.
숟가락으로 고명과 건더기, 밥을 뒤섞는다. 선지도 먹기 좋게 툭툭 자른다. 숟가락을 국물 깊숙이 넣어 토렴한 밥과 건더기를 푹 떠먹는다. 진하고 뜨거운 육수가 스며든 쌀밥은 알맞은 온도로 맞춰져 있다. 쌀 한 톨 한 톨이 살아있다. 알알이 촉촉하게 씹히며 구수한 국물을 토해낸다. 단맛이 은은하다.
익힘 정도가 다른 선지, 곱창, 머리 고기도 밥알 사이에서 ‘살강살강’, ‘졸깃졸깃’, ‘존득존득’, ‘보들보들’ '탱글탱글' 등 다양한 어찌씨(부사)를 리드미컬하게 리듬을 타며 어금니에 각인시킨다.
숟가락질은 쉬지 않고 이어진다. 좋은 국내산 식재료, 넉넉한 양, 연륜의 손맛, 토렴의 조리법이 어우러져 만든 알맞은 온도와 맛 때문이다.
중간중간 밑반찬도 곁들인다. 김치와 깍두기는 상큼한 발효의 신맛과 식감을 보태고 양파와 매운 고추는 맛의 변주를 준다.
시나브로 가벼운 스테인리스그릇은 텅 비워진다. 마음에 묵직한 추억의 맛을 채우며 비움을 기억한다.
식사 후 음식값을 계산한다. 토렴 과정을 볼까 말까 망설이다 남 사장님께 허락을 받고 토렴하는 과정을 찍는다.
여사장님이 밥통에서 찬밥을 스테인리스그릇에 담으며 토렴 국밥은 시작된다. 밥 위에 삶아서 식혀둔 곱창과 머리 고기를 올린다. 푸른 위생 장갑을 낀 왼손으로 그릇을 잡는다. 그릇을 비스듬히 솥 방향으로 기울인다.
선지와 돼지머리가 들어간 양은솥에서 끓고 있는 뜨거운 국물을 오른손에 잡은 국자로 붓고 덜어내기를 4~5차례 반복한다. 토렴질이다.
토렴질 후 국자를 세워 국물이 조금 남은 그릇 속을 헤집는다. 뭉쳐진 밥알을 알알이 풀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 툭툭 국자 소리가 잠시 귓전에 머문다. 이후 3~4차례 더 토렴질은 이어진다. 수고로움을 눈으로 확인한다.
토렴질은 비움과 채움의 미학이다. 차가움은 뜨거움에 배어나고 뜨거움은 차가움에 스며든다.
토렴한 그릇을 솥 뒤 탁자에 놓고 준비해 둔 참기름, 후추, 깨, 소금, 썬 대파를 넣는다. 그릇은 다시 솥으로 향하고 두어 국자 국물을 더 붓는다. 돼지 부속을 깨끗하게 씻고, 삶고, 손질하고, 적당히 익히고, 끓여 간을 맞춘다. 중용의 조리법인 토렴질이 더해지며 시장국밥이 완성된다.
토렴은 밥과 건더기에 국물 맛이 배어나고 국물을 따듯하게 하여 손님이 뜨거운 국물에 데지 않고 먹게 하는 배려의 음식이다. 정성스러운 토렴 국밥은 먹는 이에게 감동을 준다. 대접받는 느낌을 오감으로 느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