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급만큼만 해요.>>

열심히 하지 않는 법을 연습하는 중

by 소바

“왜 이렇게 열심히 해요?”

“월급만큼만 해요, 월급만큼만.”


안정성은 있다.

정년이 보장되고, 근무시간도 유연하다.

업무 강도도 높지 않다.

그게 이곳의 장점이다.


하지만

복지는 없고, 승진도 없고, 포상도 없다.


오래 일할 순 있어도

그 이상을 꿈꿀 수 없는 곳.

조금은 편안하지만,

조금은 답답하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일을 잘하는 편이다.

할당된 업무는 금방 끝내고,

그다음엔 ‘이제 뭘 하지?’를 고민한다.


농땡이는 체질이 아니라

가만히 있는 게 오히려 더 힘들다.


그래서 매크로를 만들고,

안내장 라벨을 붙이고,

적재적소에 나타나 도움을 준다.


그럴 때면

“역시 소바쌤”

“고마워요”,

“여기 있긴 아깝다”

이런 말을 듣는다.


하지만 그건 늘

그 들에게 필요할 때까지 만이다.


그리고 꼭 따라오는 말.

“소바선생님만 열심히 하잖아.”

“우린 노는 사람 되는 것 같아.”

“혼자서 너무 앞서 가지 마.”


앞서 말했듯

우린 승진이 있는 구조도 아니고

누가 열심히 한다고

월급이 오르거나 포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는 것일 뿐인데

왜 눈총의 대상이 되는 걸까.


참 어렵다.

나는 그저 내가 즐거운 일을 하고 있을 뿐인데.

이 답답한 곳에서

성취감이라는 쉼 하나쯤은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마저도 눈치를 봐야 한다면,

그건 조금 슬픈 일이다.


몇 번 그런 말을 듣고 나니

이젠 그냥 내 자리에 앉아

내 일만 한다.


더 이상 무언가를 찾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는 연습을 한다.


그게 어른스러운 거라면,

나는 조금 슬픈 어른이다.



소바로그. 첫 번째 이야기

4.<<일머리 좋은 외톨이>> 보기 :

https://brunch.co.kr/@33cee92be14c4b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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