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지 않는 법을 연습하는 중
“왜 이렇게 열심히 해요?”
“월급만큼만 해요, 월급만큼만.”
안정성은 있다.
정년이 보장되고, 근무시간도 유연하다.
업무 강도도 높지 않다.
그게 이곳의 장점이다.
하지만
복지는 없고, 승진도 없고, 포상도 없다.
오래 일할 순 있어도
그 이상을 꿈꿀 수 없는 곳.
조금은 편안하지만,
조금은 답답하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일을 잘하는 편이다.
할당된 업무는 금방 끝내고,
그다음엔 ‘이제 뭘 하지?’를 고민한다.
농땡이는 체질이 아니라
가만히 있는 게 오히려 더 힘들다.
그래서 매크로를 만들고,
안내장 라벨을 붙이고,
적재적소에 나타나 도움을 준다.
그럴 때면
“역시 소바쌤”
“고마워요”,
“여기 있긴 아깝다”
이런 말을 듣는다.
하지만 그건 늘
그 들에게 필요할 때까지 만이다.
그리고 꼭 따라오는 말.
“소바선생님만 열심히 하잖아.”
“우린 노는 사람 되는 것 같아.”
“혼자서 너무 앞서 가지 마.”
앞서 말했듯
우린 승진이 있는 구조도 아니고
누가 열심히 한다고
월급이 오르거나 포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는 것일 뿐인데
왜 눈총의 대상이 되는 걸까.
참 어렵다.
나는 그저 내가 즐거운 일을 하고 있을 뿐인데.
이 답답한 곳에서
성취감이라는 쉼 하나쯤은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마저도 눈치를 봐야 한다면,
그건 조금 슬픈 일이다.
몇 번 그런 말을 듣고 나니
이젠 그냥 내 자리에 앉아
내 일만 한다.
더 이상 무언가를 찾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는 연습을 한다.
그게 어른스러운 거라면,
나는 조금 슬픈 어른이다.
소바로그. 첫 번째 이야기
4.<<일머리 좋은 외톨이>>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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