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머리 좋은 외톨이>>

나서면 부담스럽고, 가만히 있자니 나를 잃는 기분

by 소바

내 자랑 같지만, 나는 일머리가 좋다.


지식이 넘치는 편은 아니지만,

핵심을 빠르게 파악하고, 흐름을 읽고,

그 흐름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업무들을 빠르게 처리한다.

업무 지침을 달달 외우진 못하지만,

기본 개념을 감각적으로 이해하고 응용한다.

어차피 현장은 지침대로만 굴러가진 않으니까.

궁금한 건 못 참아서 이곳저곳 기웃거리고,

그 덕분에 들은 것도, 배운 것도,

직접 해본 것도 많다.

그렇게 경험치가 쌓였다.


그리고... 손도 빠르지!
다다다다다다닥.
이메일, 보고, 문서 처리 등

반복되는 패턴은 템플릿을 만들어 효율화하고,

매크로를 활용해 검토하면서 실수를 줄인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이 그걸 먼저 알아주지 않는다는 거다.
그래서 나는 항상 먼저 나선다.
“이건 제가 할게요.”
“이거 이렇게 하면 편해요.”

근데, 그런 게 불편한가 보다.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우리 조직에서는

먼저 나서고, 참견하고, 효율을 말하는 내가

‘끼 많은 사람’으로 보이는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조용히 미움받는다.

예전엔,
“모든 사람이 날 좋아할 순 없어.”
라고 쿨하게 넘기곤 했는데,

이제는 무리가 사라지고,

혼자 남아보니 그 말이 내 마음을 지켜주지 못한다.
나를 싫어하는 건 아닐까,

내가 너무 튀는 건 아닐까…
자꾸만 위축되고, 자존감은 흔들린다.

오늘도 출근하며 다짐한다.
‘나서지 말자, 가만히 있자, 모난 돌 되지 말자’

그렇게 하루를 또 버틴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엔

분출되지 못한 무언가가 쌓여간다.



#소바로그
soft & bounce
부드럽게 튀는 감정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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