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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눌린 무게

행동 없는 생각의 무게

by 삼삼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이대로 시간이 끝났으면 하는 생각 뿐이다. 공백의 방치로 스스로 평화로움을 얻고자 어떤 방해도 허용치 않는 온전히 나만의 것이 가득하길 바라고 있다. 마음이 떠난 걸까. 이대로 하루가 끝났으면 하는 건가. 심란한 상태의 혼란은 잠잠해지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내가 찾지 않으면 아무도 기억해내지 못한다.

육체적 노동에 지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흩어져버린 머리 속 뿐이다. 속이 비어 있다면 그저 조용함에 불안하지 않을 것인데 피로함이 거짓을 말하고 있었다. 아니라고 또 아니라고. 내일의 무게를 느끼기 싫다고 외치는 발버둥은 오늘을 쉼으로 가득 차게 생각은 단단한 콘크리트다. 외부의 장애물이 어디론가 침입하지 않게 어떠한 틈새도 허용치 않는다.


매일 일하는 장소로 이동하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현장에 머무른다. 준비를 위해 예고 없는 기다림, 들쑥날쑥 예측하기 힘들어 하염없이 기다리다 준비되지 않는 시작을 알릴 때가 찾아온다. 당연한 건 존재하지 않는다. 어제와 오늘, 내일의 일관성은 없다. 그저 순간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릴 뿐이다. 순간이 찾아오지 않을 땐 무언의 허탈감과 알림 없는 지금이 원망스럽다. 계획은 사치다. 그냥, 오는 대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불안함을 만들어 내는 건 익숙치 않은 순간을 어떻게든 낯설지 않게 함이다. 현장은 주어진 것에만 충실하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주입한다. 고정된 자신만의 흐름을 잊으라고 신호를 주고 또 준다. 진심이 혼란이라면 거짓은 평온이다. 아무런 사건이 없는 양 그저 평온만을 숙달시킨다. 혼란에서 자신을 일으켜 세울 수 있다면 모를까.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궤도를 이탈한다. 육신의 휴식을 거부한 대가를 치른다. 자신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했지만 막상 이상에 다다르는 에너지는 이미 소진되고 없다. 스스로 혼란스러워 어느 기둥을 잡아야 할지 허둥대다 거대한 멀티태스킹 토네이도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그냥이라는 하찮음에 고상한 완벽을 찾으려는 낭비다.

가만히 멍때리는 두눈은 이미 추를 달았는데 무게를 이겨내려 불필요한 에너지가 소모된다. 잠시 추를 늘어뜨려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데 무게의 불신은 그 크기가 점점 거대해진다. 흘러가는 건 원 안의 분침 바늘이다.

멀티태스킹이라는 토네이도, 나를 잠시도 가만두지 않는다. 붙들면 거센 바람을 키우고 방치하면 어디론가 내던져 버린다. 정리됨에 심한 적대감을 어김없이 표출한다. 하나에 온 정신 에너지를 모으면 이내 잡다한 여러 장애물이 공격한다. 공격 방식은 그때 그때 다른 모습으로 사전에 대비 조차 할 수 없게 무력화 시킨다. 이미 기억에 머물고 있는 형태를 집착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 장애물을 피하지 못한다. 그대로 맞아버리거나 어쩌다 스쳐 지나간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게에 스스로 힘겨워 하며 다음 날의 즐거움을 자발적으로 반납하고 있다. 힘들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쉬면 되는데 아직 할 일이 남았다며 온몸에 힘이 바짝 들어간다. 아무 것도 안한 것이 아닌데 불만족스러움에 할 일을 시작조차 안했다고 자기 암시를 한다.

나만의 무게는 보이지 않는 것에서 비롯됨이다. 하다 보면 무게에서 저절로 해방되는데 무슨 일인지 어떤 것이 나의 발목을 꽉 잡고 있다. 무엇인지 알 수 없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체를 밝혀내지 못한다. 홀로 에너지를 소모해 진짜 필요한 에너지를 남겨두지 못한다.

그냥, 물 흐르듯 내버려 둠으로 무게의 해방을 알아차린다. 감각만이 주저 앉은 육신을 일으킨다. 생각은 두뇌 에너지의 한계에 완벽의 무게로 더는 움직일 수 없게 한다. 감각을 살리는 건 그냥 함에서 기둥 하나를 확실히 잡아 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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