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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해답

작은 구멍 하나, 썩은 물의 탈출

by 삼삼

답이 없어 보이는 것에 매달리는 한 사람. 이미 알고 있음에도 의식은 전혀 모르고 있다. 과정을 들여다 보면 스스로 던진 질문의 해답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데 실상은 답이 아닌 쓸모없는 찌꺼기라 여기며 그냥 외면해 버렸다.

찌꺼기는 누적되어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썩은 암모니아 같이 금방 거리를 둔다. 가까이 가면 스스로가 썩혀진다. 그저 기분 만 그러할 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얼마나 멀리서 나만의 해답을 찾는 여정을 떠나는 건가. 가까이 존재하는 해답조차 다가서지 못하는데 무엇을 믿고 저 멀리 반대되는 것에 집착하는 것인가.

그냥, 멀리, 현실의 문제에 벗어나고픈 욕망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결핍의 충족이겠다.


2일의 휴무일이 주어진 한 주, 한강을 보고 싶어 집에서 짐을 챙기고 나온다. 일찍 일어나는 압박이 없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서 나왔다. 그 이면에는 지금 당장 벗어나고 싶은 것에 당장 거리를 두며 나만의 여유 속 삶의 해답을 찾는 길을 떠났다.

아침 언저리 오후로 넘어가려는 시간, 새로운 곳에 발을 내딛었다. 머리 속으로 그곳을 생각하며 직접 걸음을 재촉하며 그 곳을 방문한다. 초행길이라 간판이 보이지 않았다. 꼭꼭 숨겨져 있는 듯 여기 저기 돌아다녀도 보이지 않는다. 순간 뜬눈이 멀어진다. 가깝지만 쉽게 찾을 수 없는 것인가. 결국 찾아 내었다. 현실과 타협한 흔적에서 나름의 추리력을 발휘했다.

땅 속에 숨겨진 던전을 방문한 듯 코끝에서 전해진 공간의 향기는 새로운 동력을 얻는 힘을 가져다 준다. 매일 반복됨의 익숙함에서 벗어난, 낯설지만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 경험이 발현된다. 머쓱하면서 경험의 여운을 가지는 일이 시작되었기에 그대로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너무 기대를 했던 가. 현실의 발목은 생각보다 강하게 잡혔다. 목적지를 향한 길은 미로의 출구를 찾는 듯 스스로 난이도를 높인다. 경험적인 감각에 의존하여 전혀 모르는 길에 근거 없는 자신감을 주입했다. 처음이고 또 오게 될 수 있는 에너지를 한방에 소모시킨다.


익숙한 대로 지하의 보관함과 피로를 해소하는 냉온을 오가는 곳이면 마음의 평안함과 생각의 안정화가 지속되었을 안도감이다. 푸른 하늘 아래 강한 바람이 달리는 느낌을 전달받기 위해 충전하는 시간. 시간은 잠시 머물다 자신이 해야 할 일로 돌아간다. 흘러감을 의식하며 서로 동기화를 진행한다. 평소와는 다른 흐름으로 낯선 것이 가장 익숙하다고 재촉한다.

잠시 선의 이탈이 있을지라도 이내 되돌아오는 하나의 점으로 외부의 어떤 것에도 흔들림이 없다. 이미 동기화가 되었기에 무의식 속 흐름으로 변화한다.

낯섦이 점점 오감으로 전달된다. 반복되면 익숙해진다며 스스로를 독려한다. 아직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검은 돌덩이가 어깨에서 해방되어 한밤의 즐거움을 희희낙락거린다. 함께 함에 분리된 육신이 가벼워진 몸놀림을 선보이지만 이내 돌덩이를 그리워한다. 점점 멀어질수록 다시 어깨 위에 얹는 열망이 샘솟는다. 한동안 멈춰 있을 때 이리저리 길을 쫓는 미로를 또다시 만나야 함이 불만이다.


고정된 해방은 가시덩굴을 헤집는 빨간 아픔이겠지. 눈앞의 출구를 발견하지 못해 저 멀리 자의의 상처를 명함으로 만들어 낸다. 물리적 무게를 늘리며 되돌아갈 수 없는 가벼움을 잊으려 애써 외면하는 에너지가 여유의 숲에 화재를 일으킨다. 민낯이면 하나의 답이 나온다 자기 최면을 거는 행위. 꽉 막힌 거대한 댐이 홀로 독식하는 것으로 흐르지 못한 물줄기가 스스로를 썩히게 한다. 작은 구멍 하나가 썩은 뿌리를 뽑아낸다. 이미 여러 곳에 작은 구멍들이 즐비한다. 이미 결핍 탈출이 무의식에서 균열을 일으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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