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됨을 유연하게 만드는 힘
파도의 거친 물결. 저 멀리 파동을 몰고 와 눈앞의 거대함을 자랑한다. 파동은 땅의 꿈틀거림과 하늘의 입김으로 인간은 그 움직임을 알 수 없다. 가만히 있으면 잔잔함으로 하늘과 땅의 벗이 되어 주다 회색의 솜사탕과 빨간 액체가 나타나면 격렬한 저항의 싸움이 시작된다.
하루는 조용한 듯 아닌 듯 어떤 외부인이 등장하면 자기 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려 몸부림친다. 이미 익숙하여 아무 일 없다며 거대한 장벽 안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매일 반복되고 바쁜 일에 방해받고 싶지 않다. 마음은 항상 평화를 갈구한다. 어떠한 것도 자신에게 들어올 수 없다. 외부의 것은 나를 방해하는 적일 뿐 이다.
읽고 쓰는 것에 만족함이 있다면 무엇일까. 항상 고민을 두고 이리저리 먼 곳으로 여정을 떠났다. 매일 반복되는 익숙함에서 벗어남은 의문의 답을 찾아내는 최고의 원동력이다. 이미 알고 있을 수도 아예 모르고 있을 수도 알 수 없는 애매함에 답답함을 해소하고 싶은 게다. 자연을 바라보는 것 자체로 날씨의 변화함에 단조로운 생각, 마음을 휘젓는다. 여정이 평화롭다면 여정이라 말할 수 없다. 어떤 내적인 파동-생각의 균열이 생기고 마음의 불안함을 가져다 주는-이 낯선 형태로 다가와 익숙해 있는 것을 건들며 새로운 시선을 가져다 준다.
가만히 앉아 읽고 쓰고 있던 지나간 여정에선 어떠한 균열도 불안정함의 지속함도 모두 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한번 몰아친 폭풍은 잠잠해질 때까지 아무런 대책 없는 고요함을 기다렸다. 유토피아를 위한 여정을 떠나려는 것.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다가올 것이라는 예고 없는 변화의 토네이도를 기다렸다. 토네이도가 다가왔다. 앞이 보이지 않는 광야의 어둠을 몰고 왔다. 바깥은 평화로운 햇빛에 공간의 빛을 발산하는데 내부는 혼란의 불안정함으로 어둑한 공간 만 남았다. 반복적인 몰아침에도 끄떡없는 우직함은 나만의 고집인가 불통인가.
홀로 읽고 쓰는 시간의 고독은 거짓의 푸른 빛으로 나를 속였다. 회색빛 안개는 위험하다가 접근 금지 가스라이팅을 날리는 외침이 들렸다. 가만히 있으면 무언가 찾아온다는 거짓말에 속아 넘어갔다.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말라며 자신의 말이 맞다는 강한 주장에 수긍해버렸다.
불만족스러움은 결핍에서 오는 욕구 충족이겠다. 그냥 나아가면 주위를 둘러보지 못해 돌멩이 하나에 걸려 넘어질 것이란 강박에 사로 잡혔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데 한번의 넘어짐은 빛을 반역하는 죄인이라 여겼다. 자리 잡은 뿌리를 뽑아 새로운 뿌리를 심고, 이에 만족스럽지 않아 다시 뽑아 또 다른 뿌리를 심는 도돌이표식 쳇바퀴는 비싼 값으로 어둠의 환호성을 만들어 냈다. 방향은 틀어지고 다시 되돌아 갈 수 없는 길에 서 버린 절망 만 남았다.
겨울의 문지기가 나타났다. 그냥 뛰라고. 아무 생각 말고 뛰라고 재촉했다. 망가진 뿌리에 집착하여 뛸 생각 없는 버티기와 줄다리기를 했다. 문지기가 이겼다. 뛴다. 뛰었다. 그냥 뛰어 갔다. 이중의 열돔에 가려진 거대의 찌꺼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만히 바라보며 외부로 발산된 악취의 찌꺼기가 의식하지 못한 채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뛰는 움직임에 마음도 움직이며 뒤틀린 혼란을 하나씩 잠재웠다. 의식하지 못한 것에 진동의 울림으로 멈춰진 정신을 깨운다. 지금이였기에 일어서고 깨어났다.
거칠고 거대한 물결과 파동. 끝없는 몰아침에 부동의 몸을 움직인다. 고요하면 다시금 찾아온다. 불안정하고 시끄럽다지만 그 안에서 보여주는 변화의 신호는 진실의 방향을 일깨운다. 의식하지 못했다면 알 때 까지 다가 오고 또 다가 올 것이다. 지속됨은 파동이다. 파동이 옅여지면 외부의 것이 단단한 관념에 균열을 일으킨다. 불안정하다며 피해 다님은 당당함의 기회를 제공하는 촉매제다. 그 중심에는 나라는 존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