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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처 Apr 04. 2023

라 팔로마*

광장엔 빵부스러기처럼 떨어진 햇살을 쪼아 먹고 종탑 위로 날아오르는 비둘기


비둘기처럼 날개를 접고 창틀에 내려앉는 종소리


동상 아래 옹기종기 앉아 사진도 찍고 얘기도 나누다가 비둘기 떼처럼 흩어지는 사람들


늦은 여름, 늙은 가수도 짐을 챙겨 어디론가 떠나간다


거리엔 똑같은 키로 늘어선 똑같은 불빛의 가로등, 두드리면 머리를 숙인 음표처럼 똑같은 소리를 내는


오랜 객지 생활에 너는 가로등처럼 말라 눈동자만 반짝거린다


마음을 휘감는 선율을 따라 너는 남고 나는 바다를 건너 떠나오고


부리에서 메마른 잎사귀들이 떨어진다



                                          * 비둘기, 이라디에르의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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