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일기 4.

우리 아빠는 이산데 아저씨는 뭐에요?

by Staff J

아들하고 집 앞 공터에서 놀고 있었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한산했다. 그 때 근처에서 배회하고 있던 아이가 갑자기 나에게 와서 물었다.


"아저씨는 회사에서 뭐에요?"


아이들의 물음에 답할 때는 의도나 맥락, 그리고 향후 미칠 영향 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바로 대답하기 보다는 좀 더 생각하고 말하는 편인데, 그 때 이 아이가 이 말을 덧붙였다.


"우리 아빠는 회사에서 이사인데, 사장 다음으로 높아요."


의도를 파악하기도 전에 대답을 하기 좀 더 곤란한 상황이 만들어 졌다. 이름도 모르는 이 녀석의 기를 살려주느냐 아니면 나와 같이 사는 내 자식의 기를 살려주느냐. 아니면 이 녀석의 기도 살리면서 내 자식의 기도 살리는 그런 방법은 없을까? 별다른 묘수가 떠오르지 않아 그냥 이렇게 대답을 했다.


"아, 회사에서 높은 분이시구나."


대답을 해 놓고도 뭔가 끝매듭을 짓지 못한 듯한 그런 생각은 자꾸만 들고 나랑 같이 사는 자식이 말이 없어진 것이 느껴지기도 하고 뭔가 한 마디 더 해야 될 것 같아서 "이사는 이사갈 준비를 하고 있어서 이사라고 하는거야. 그런데 넌 혼자 왔어?" 라고 물어볼까 하다가 그 말하면 내가 자다가 이불킥 할 것 같아서 그만 두었다.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된다는 것. 아들의 자랑이 되는 아빠가 된다는 것. 그리고 아들에게 필요한 아빠가 된다는 것. 저마다 다른 표현, 정의를 가지고 있겠지만, 요즘 들어 점점 벅차다는 걸 느끼게 된다. 사업자 하나 내서 사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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