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입은 닫을 수 있지만 귀는 열려 있다. 주변에 모든 것을 받아들이지만 보낼 수는 없다.
듣는다는 것은 소리에 주의를 기울이고 소리와 함께 존재하고 교감하는 것이다. 마음으로 듣고
온몸으로 진동을 느끼고 공간을 지각한다. 모든 소리는
정신에 깃듦으로써 의미를 지니고 능력을 갖게 된다.
인간의 말은 지식과 경험과 기억을 넘어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대화를 통한 의사소통은
두 방향으로 움직인다. 한 명이 말하고 다른 사람은 가만히 듣고 있을 때도 그렇다..
듣는 사람이 완전히 집중하면 말하는 사람의 소통 방식도 달라진다. 상대방이 경청하면서
대화가 이루어질 때 진심을 주고받는 놀랍고 빛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견해를 만들면서 듣는 것은 듣지 않는 것과 같다. 답을 준비하거나 자기 입장을 방어하거나
타인을 공격하는 것도 듣는 것이 아니다. 안절부절못하면서 들으면 아무것도 듣지 못한다..
그러므로 듣는다는 것은 불신을 유예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선입견 없이 주의를 기울여서 전달되는 내용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편견 없이 듣는 것은 인간으로서 배우고 성장하는
한 방법이다. 정답이 아니더라도 다른 관점을 보면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다. 물론 나 자신의 관점과 필터를
배제할 수 없지만 다른 생각을 개방적으로 인정하면 대화가 진전되고 공감과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말과 사고는 처음부터 다른 인간과의 연관을 고려하여 생겨났고 또 말해지는 것이므로 인간은 다른 인간을
대상으로 악을 행하려 해도 결코 완전하게는 행할 수 없다
왜냐하면 악을 행하려는 인간의 내면에서 이미 다른 인간은 함께 생각하고 함께 행동하는 존재 이기 때문이다. “
막스 피카르트 <인간과 말> p.84-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