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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만난 느헤미야는 나에게 리더의 삶이 어떤 것인지 충실히 보여주었다. 언젠가 느헤미야의 리더십과 교사로 성장하는 역할 모델을 연결해 글을 쓰고
싶다는 막연한 소망이 있었는데, 이번에 소개할 기회가 있어 기쁘다.
느헤미야는 구약성경에 나오는 인물로 페르시아 황제 아닥사스다 1세의 술시중을 드는 관원이었다. 그의 업무를 간단히 말하면 왕이 마시는 술에 독이 들어 있는지 먼저 먹어보는 역할이다. ‘리더라 하더니, 고작 술시중 드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페르시아 제국을 다스리는 강력한 통치자의 신변을 보호하는 임무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CIA 같은 정보기관의 최고 요원쯤이라고 하면 이해가 쉽겠다.
느헤미야가 술시중을 드는 자라고 해서 단순히 왕의 옆에 앉아 술잔을 먼저 드는 모습만 상상한다면 그것은 편협한 생각일 것이다. 어디에 치우치지 않는 확고한 성품, 날카로운 판단력과 깊은 지혜, 솔선수범하는 태도 등의 자질을 갖춰 왕이 곁에 두었을 것이다. 술시중을 드는 게 어느 정도의 지위인지 자세한 파악이 어려우나, 어느 역사서(Tobit)에는 술 맡은 관원이 국무총리 역할까지 하는 것으로 기록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왕궁 내 그의 영향력이 막강했을 것이다. 그는 왕에게 진상되는 포도주가 어디에서 생산되어 무슨 나무로 만든 통에 담겼는지, 얼마 동안 숙성되었다가 왕궁으로 이동해 어느 조리장의 손을 거쳐 보관되었으며, 어느 시종이 옮겨와 술잔에 부었는지 모든 과정을 세세히 추적하며 확인하였을 것이다. 그의 됨됨이는 느헤미야 전 장에 걸쳐 나타나는데, 리더십의 탁월한 면모를 알 수 있다.
❶ 리더는 동기를 부여한다
느헤미야는 왕에게서 자신의 계획에 대한 승인을 얻자마자 많은 인력을 가동해 준비하면서 방대한 계획을 운영하기 좋게 다시 작은 단위로 쪼갠다. 유능한 리더가 분주히 일하는 모습이 연상된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기획하면, 계획에 필요한 인력을 동원한 후 로드에 맞게 잘라 각자에게 적당한 업무를 맡긴다. 이는 효율성과 연결되는데, 최소한의 자원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판가름한다. 모두가 똑같이 일을 나누는 것은 효율성을 낮추므로 역량에 맞게 일을 배분한다. 10개 정도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운영해도 성공하는 이유다. 이런 리더의 프로젝트에는 치밀한 계획, 사전에 모든 상황에 대한 세심한 고려와 조사, 일을 맡기기 전에 팀원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모습이 질서 정연하다.
❷ 리더에겐 조직적인 사고력이 보인다
느헤미야는 자기 앞에 놓인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비밀리에 조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문제에 대한 단계별 해결 방안을 차근차근 세워서 실행에 옮겼다. 문제가 크든 작든 그 해결법은 같은데, 사실에 근거한 정보가 우선 요구된다. 그리고 실행했을 때의 문제점을 예측하고 투입될 자원을 계산해야 한다. 훌륭한 지도자는 필요한 조사를 직접 한다. 무슨 일이든 필요하면 마다하지 않는데 사전 조사는 철저히 혼자 한다. 사람들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거나 사실에 근거한 팩트를 수집한다. 이런 작업은 리더에게 조직적 사고력을 충분히 발휘하게 한다.
❸ 리더는 일을 위임한다
좋은 리더는 일벌레가 아니다. 하지만 일을 겁내지도 않고 일에 얽매이지도 않는다. 남에게 일을 위임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성벽을 재건하는 일을 맡은 느헤미야의 일꾼은 적어도 39개의 그룹이 모인 각계 각 층의 사람들이었다. 날마다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했고 매일 해결했다. 여기서 느헤미야가 보여주는 리더란 어떤 과제가 필요한지 결정하고 모든 일이 잘 수행되는지 살핀다. 내가 운영진으로 활동하는 오늘과내일의학교(진로 진학 학습 입시) 밴드 회원은 현재 약 25,000명이다. 오늘과내일의학교(유초등)밴드 약 500명, 오늘과내일의학교 오프라인 단체 정회원 약 170명, 현직 교사 단톡방 5개에 약 4,000명, 그 외의 수많은 지역 단톡방, 프로젝트 등이 있어 한 사람이 맡을 수 없다. 그래서 각 팀장을 세우고 일을 위임한다.
리더가 실패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권력에 집착하여 힘을 나눠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혹은 다른 사람을 믿을 수 없어 위임하지 못한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세력에서 권위를 떨치려고, 내키지 않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 미루려다 경을 친다. 자신의 세력 과시나 권세, 편함을 추구한다면 그것은 리더의 모습이 아니다. 그 결과 실행되어야 하는 일이 멈춘다. 리더란 길을 내고 그 길의 적재적소에 인재를 두어 맡겨야 한다. 그게 리더의 참모습이다.
❹ 리더는 공로를 인정하고 감사한다
월등한 기술력이 지도자의 자질은 아니다. 함께 땀을 흘림으로 어려움을 나누는 일도 필요하나 팀원을 능가하는 월등한 기술이나 능력을 보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리더는 비전과 목표를 세우고 길을 내고 길을 가도록 안내하는 사람이다. 가치 있는 무엇을 하기 위해 그리고 팀원의 화합과 협업을 위한다면 그들의 공로를 인정하고 진심으로 감사함을 표시하는 게 중요하다. 어떤 면에서 리더의 일이 행정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탁월한 리더는 집중하여 구조화하는 조직가이며 모든 일을 기록으로 남겨둔다. 리더가 일을 많이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리더가 나서 일하는 것을 강조해도 괜찮지는 않다. 원하는 만큼 오래도록 열심히 일하는 리더는 좋으나 건강을 해치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일을 나누어 위임하고 그들의 공로를 인정하는 것이 더 오래 갈 수 있는 길이다.
❺ 리더는 일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제거한다
탁월한 리더와 협업에서 주목할 점은 모든 일의 책임을 자신에게 둔다는 거다. 자신감의 증거이기도 하나 모든 일의 조정자로 일을 기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이 잘못되어도 팀원을 원망하지 않고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장애물을 신속히 제거한다. 리더는 판단을 미루는 성향을 이미 극복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어떤 일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함을 우리는 알고 있으나 굳이 개입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두면 큰 걸림돌로 돌아오는 사례가 종종 있다. 그런 문제는 초반에 싹을 잘라야 한다. 그냥 두면 반드시 방해물이 된다.
어느 농촌 집에서 리모델링 공사를 했다. 리모델링을 하는 집 옆에 버려진 공터가 있었는데, 어느 날 인부가 바닥에 굴러다니던 돌 하나를 그리로 치워두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큰 돌이 발에 채일 때마다 그곳에 갖다 버렸다. 며칠이 지나자 그 공터에 돌무더기가 꽤 쌓였다. 이제는 동네 사람들도 쓰레기를 갖다 버리기 시작했다. 아직은 무더기 정도라 그것을 치우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나 누구도 하려 하지 않아 외면을 당한다. 마침내 돌무더기와 쓰레기 더미는 산만하게 쌓이고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 날 와르르 무너져서 도로를 덮친다. 내가 할 일 미루는 일이 쌓이고 쌓이면 결국 내 삶에 큰 걸림돌이 되어 방해가 된다. 일이 계속 진행이 안 되고 미뤄지면서 아무도 하고 싶어 하지 않은 일이 쌓이고 있다면, 리더는 그것을 감지하여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초반에 제거해야 한다.
❻ 리더는 조롱이나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00 신문에 기고를 오랫동안 한 적이 있다. 상향평준화 샘과 내가 기고자로 사진과 함께 첫 기사가 나간 날이었다. 기자님이 기고 글을 비난하는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누군가 잘 되면 이를 시기하는 사람들은 그를 무너뜨리고자 방해 공작을 벌인다. 야비한 심리전으로 실망이나 두려움을 주려는 속셈이다. 느헤미야의 일이 진척되는 단계마다 이런 방해 공작은 계속 업그레이드되어 나타났다. 처음에는 조롱과 공개적인 비웃음이, 다음에는 무장 공격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마지막에는 느헤미야에 대한 중상모략과 비난이 담긴 서한을 돌려 그를 위축되게 하고 공개적인 비난을 주위 사람에게 돌려받게 하려는 음모가 펼쳐졌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사실 그리 어렵지 않다. 그저 그 사람이 가진 콤플렉스를 살짝 지적하기만 하면 된다. 상대방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실을 콕 짚어서 있는 그대로만 말하는 것이다. 뚱뚱한 사람에게 “너 뚱뚱해.”라고 말하면 상처받는다. 동료가 시작한 새로운 일에 대해 스스로 잘한 것인지 의문이 슬슬 생길 때 대놓고 그가 느끼는 두려움을 지적해주면 바로 좌절하고 힘을 잃는다.
이렇게 상처를 입히려는 사람들의 심리는 무엇일지 생각해보자. 모든 악한 것은 두려움에서 나오는데, 다른 사람의 성공에 대한 일반적이고 전형적인 심리적 반응이다. 탁월한 리더는 사람들이 잘난 이의 흠을 조롱으로 삼아 하찮게 평가하려는 것을 예상했다. 시원하게 한 마디로 털어버린다. “사람들 대부분은 남에게 그리 큰 관심이 없다, 주위를 신경 쓰지 말자.”라고 말이다. 남의 성공을 시기하고 잘 되기를 두려워하는 사람의 말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 진정한 리더는 일에서 정당한 실력으로 승부하고 기가 죽지 않는다.
철의 여인으로 알려진 영국의 대처 수상이 대중에게 받는 평가는 항상 양극으로 갈렸다. 아르헨티나에 의해 포클랜드 섬이 침략을 당했을 때, 그녀는 전쟁을 불사하며 빠르게 대응했는데, 이를 두고 영국 의회의 반발이 만만찮았고, 영국의 여러 상황도 좋지 않았다. 국제적인 의견도 갈라졌다. 심리적 압박으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지만, 그녀는 수척해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전보다 훨씬 원기 왕성한 모습을 보였다.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패션에 더 신경을 썼다. 사람들이 수군대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렇게 대처 수상은 정신적 압박감에 주저앉지 않고 꿋꿋한 모습을 보였고, 그녀는 무너지지 않았다.
탁월한 리더는 진정 새로운 길을 내고 그 길로 다른 이들을 초대하며 동행하는 사람이다. 때로는 그 길이 험난해도 이겨낼 저력과 정신력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기본 자질이 충만하고 남을 섬길 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