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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백 Nov 02. 2022

황어

등이 가렵다      


민물과 짠물이 몸을 섞는 기수역

소금기 쫙 빼고 거꾸로 오르면 

여줄가리들의 황금갑옷 

전쟁 같은 결혼식이다       


수만의 노란 별이 돌 틈에 쏟아지는 

물보다 많은 봄날의 대부흥회      


밖으로 튀어 올라 내 그림자를 처음 본 나는 

어정쩡함에 놀라고 단순함에 진저리 쳤다 

그 짧은 순간에 

중력이 쓸모를 멈춘 찰나에      


우주 몇 개 낳으려고 은하수 건너온 유목의 후예처럼 

내 부레는 자라서 태평양을 모조리 삼킬 것이나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곳을 찾았는지 아무도 묻지 않았다 

다만 나의 생몰과 번식에 값을 매기려는 수많은 비린 것들 

들어라 이단의 밀고자처럼 

내가 어떤 천기누설을 들려주더라도 너희는 

회귀의 법칙을 끝내 모르리라      


맛없는 생선으로 진화한 포세이돈의 기술  

아가미로 숨을 쉬는 어류는 신이다     


식장이 목전인데 

수달이 내 머리를 베어 물었다, 모든 눈물의 군락지를  

몸통을 비트는 것으로 생의 변호를 마친 아름다운 유선형 기계가 

자꾸만 주섬거렸다 

누군가의 아버지가 되지 못한다는 것        


그래 이 눈부신 껍데기만 저들에게 주어 능멸케 하라 

나는 포유류의 뱃속을 구경하며 생전엔 한 번도 감지 않았던 

마지막 눈을 감으리라




**202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문학창작기금(발표지원) 선정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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