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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백 Nov 02. 2022

먼 등

오십을 넘어서면 

곁에는 떠날 사람들만 남는다      


지구가 흔들려도 좋을  

가을 다음에 다시 가을이 와도 좋을      


너는 가끔이라고 했고 

나는 자주라고 했다

불발탄이 터지는 날이면 전염병처럼 

너의 얼룩이 내 귓등에 번졌다        


봄은 늘 새것인데 

가을은 늘 헌것 같은

불그스레한 사용감  


우리는 서로의 등에 관해 이야기했다 

전기가 나갔다 다시 들어오는 

아주 잘못된 밤에   

손금이 손을 갈라놓는 줄도 모르면서  

식은 말들이 전등 사이를 오가면서     


낙엽을 부여잡고 나는 지금 

자수하러 간다  

거대한 쓰레기통 속으로      


그래서 가을은 사람 같다      


내 편이 없는 

사랑 같다




**202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문학창작기금(발표지원) 선정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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