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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의 어린아이 미소

'회전목마'로 글쓰기

by 지음


놀이 기구의 줄 서기가 힘들었는지 줄이 얼마 없는 회전목마를 탄다고 줄을 섰다. 셋이 줄을 서게 하고 나는 밖에서 아이들이 타기를 기다린다. 여느 곳에서와 마찬가지로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서이다.


회전목마도 사람들을 꽤 많이 태운다. 아이들이 두 번째로 기다렸다 탄다. 회전목마가 돌아가기가 무섭게 나도 셔터 누를 준비를 한다. 어떤 아저씨를 기점으로 애들이 돌아 내 앞을 지나가는 것으로 기준을 잡았다.

내가 기준 잡은 아저씨는 중년의 아저씨이다.


회전목마가 돌아간다.

근데 그 아저씨. 정말 근엄하게 보이던 아저씨가...

회전목마가 돌아오는데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밝은 웃음으로 목마를 타는 게 아닌가.

정말 그 순간은 둘째 셋째가 장난치면 웃을 때의 천진함이 보였다.

그 찰나가 지나자 아저씨도 밖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는 어른들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웃지만 그렇게 처음의 미소는 아니다.


아마 처음 회전목마가 돌아가자 어렸을 때의 기억이 소환되었을까? 아님 처음 타는 회전목마였을까? 그것도 아님 밖에서 지켜보는 아내를 향한 웃음이었을까?


참 찰나였다.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어른으로서 가두는 것 없는 웃음을 짓고는 정신이 번쩍 들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아저씨도 자신의 웃음에 놀랐을 수도 있다.

얼마만의 웃음이었냐며 근데 주변의 시선이 느껴지니 마음대로 웃을 수 없다.

어른으로서 체통을 지켜야 하니.


아이 때문에 와서도 아이 덕분에 온 것처럼 놀 수 있는 어른이 된다면 정말 축복받은 마인드이다.

대부분의 어른들 특히 초등 미만의 부모들은 나이가 적고 많고를 떠나 그냥 완전 인생 다 산사람처럼 무표정에 다리는 천근만근으로 이리저리 끌려다닌다. 집에 있기는 그렇고 의무감에 나들이를 나온 게 눈에 보인다.

아마 그게 눈에 들어오는 건 나의 기억도 한몫했을 것이다.


요즘은 밖을 잘 안 나가니 사람 만날 기회가 없었서인지 나와서 보니 사람들의 일거수가 새롭게 눈에 들어오고 짐작이 된다. 살아가는 모습들이 대부분 비슷하다. 생각들이 비슷해서 일 것이다.

근데 살아가는 찰나 찰나 일상에서 즐거움을 찾는다면 정말 사는 맛이 느껴질 것 같다.


아저씨의 그 웃음이 나에게도 전해지듯 말이다.

그렇게 웃음도 전염되어 보는 상대를 기쁘게 만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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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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