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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숨, 고독의 온기>

고요 속의 회복

by 숨결biroso나

<은신(隱身)의 가을>


마른 낙엽 아래, 사각이는 소리여
가장 조용하고 분명한 이별의 노래.

파리한 나뭇가지, 노란 햇살 사이로
존재의 경계에 닿는 씁쓸한 향기.
너는 단풍잎 손으로, 소멸을 건넨다.

우리가 가까스로 견뎌야 할
저 끔찍한 아름다움의 시작을.
아, 릴케여, 영원이라는 숭고한 무게여.

마음속 감나무, 아직 익지 않은 열매.
누구의 애정인지, 누구의 슬픔인지,
홀로 무르익어가는 고독의 인내.

홀로 남겨져도, 오래도록 그리 남아
세상의 그림자를 벗어난 경외감.
모든 집착을 바스러뜨려 흙이 되게 하라.

가벼움 속에 몸을 내던지는 소망.
부서지면서도 슬프지 않은 낙엽처럼,
상실을 자양분 삼아 뿌리로 돌아가네.

나목(裸木)이 되어 서는 바람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고독한 평화.
삶의 소멸마저 내면의 양식이 되어,
가장 깊은 고독 속에 영원의 은신처를 짓네.






뜨겁던 세상의 모든 노래가 잦아들고
세상의 온도가 가장 느리게
기억의 문턱을 넘어가는 계절.

낙엽의 붉은 고백만이 길 위에 쌓여
떠나간 모든 것들의 여운을 씁니다.
그 고요함이 우리를 '외롭다' 부르지요.

그러나 외로움은 텅 빈 벽이 아니라
내 안의 작은 다정함을 찾으라는
가장 정직하고 온유한 속삭임입니다.

가슴 깊은 곳에서 피어나는 불씨처럼
고독의 한가운데서야 비로소 보이는
마주 앉은 눈빛의 변치 않는 따뜻함을.

그리하여 이 가을은
쓸쓸함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고요한 감사로 채워집니다.




"비워진 자리마다 숨이 자란다.
진짜 나를 만나기 위한 준비의 시간으로"


by 숨결로 쓰는 biroso나.



삶의 문장 사이,
불안과 욕심으로 채워진 마음이

한 계절을 지나며 잠시 숨을 고릅니다.


가을은 사라짐의 계절이지만,

그 소멸 속에서 오히려 평화를 배웁니다.

무언가를 잃는다는 건 끝이 아니라,

그 자리에 남은 침묵을 견디는 일이라는 걸.


고요는 멈춤이 아니라,
그 사이 우리 마음도 익어가고 있으니까요



멈춤 속에서 피어나는 고요를 배우는 시간의 기록.

《마음에도, 쉼표를 찍는다》는 당신의 마음에 조용한 쉼표 하나를 놓아드립니다.





#가을의시선 #은신의가을 #마음에도쉼표를찍는다 #고요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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