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음과 기억의 경계에서
열 번째 달의 시침이
차갑게 숨을 들이킨다.
거리는 낯선 자유의 그림자로 출렁이고,
가로등 아래엔
저물녘 쓸쓸한 가을의 끝이 머문다.
상강이 지나고
입동이 오기 전,
계절의 덧문 앞에서 바람이 묻는다.
오늘 밤,
네가 건네받은 가면은
무엇을 잊기 위함인가,
무엇을 다시 기억하기 위함인가.
단 한 번의 밤,
가장 깊은 어둠 속
가장 환한 방황.
타인의 얼굴을 빌려야만
비로소 가슴이 울리는 우리는,
시간에 갇힌 자인가,
시간을 넘어선 자인가.
혹은,
서리와 겨울 사이에 피어난
덧없는 찰나의 꽃인가.
가면을 쓴 웃음들 사이로
짧은 비명이 바람에 스친다.
한순간 꺼진 불빛처럼,
도시의 맥박이 멈춘 자리.
그 자리에 남은 건,
잠시 멈춘 숨과
다시 살아야 하는 마음뿐이다.
가면은 숨기기 위한 얼굴이 아니라,
견디기 위한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서리 내린 밤의 유리창처럼
차갑고 투명한 경계 위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비추며 묻습니다.
잊으려는 기억과
기억하려는 잊음 사이,
그 어쩔 수 없는 떨림 속에서만
진짜 숨이 납니다.
그렇게 한밤의 고요를 지나,
꺼져간 불빛들을 마음에 묻으며,
다시 새벽으로 건너가는
우리 모두의 얼굴 위로
서리꽃이 피어납니다.
"가면 뒤에서 피어오른 한숨조차, 계절의 문턱에선 하나의 숨결이 된다."
by 숨결로 쓰는 biroso나.
모든 계절엔 덧문이 있다.
닫히기 직전,
잠깐의 틈에서만 진짜 얼굴이 숨을 쉰다.
가면 뒤에 숨겨진 진실,
그 찰나의 순간이 영원이 되는 밤.
#가면과서리사이 #기억과잊음 #존재의경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