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몹시도 덥다.
바로 전 글에서 밝혔듯이
비싼 전기세로 인해 에어컨 없이
32도(체감온도 36도)를 나고 있다.
어쨌든, 파나마는 고산 지대 빼고는 1년 내내 덥다.
상가에서 에어컨을 그다지 빵빵하게 틀어두지도 않는다.
우기 때는 이따금씩 밤에 가을처럼 청명하고 기분 좋은 바람이 피부를 쓱 스쳐 지나가기도 하지만,
건기 때는 얄짤없다.
파나마 오기 전에 의복 문화에 관해 궁금했었다.
왜 그런 게 있지 않은가.
동양에선 다리를 드러내고 상체는 가리지만,
유럽이나 미국 등 웨스턴에서는 그 반대라는.
우리나라도 와이드 바지+크롭티가 유행이지만(상체발달형은 웁니다) 그전까지는 하의실종 패션, 스키니진이 유행했더랬다. 다리를 드러냄에 딱히 거부감이 없지만, 가슴골을 드러내는 순간 시선이 집중된다.
또 미국의 경우, 평소 일상에서도 레깅스를 엄청나게 입고 다니지만, 우리나라에서 레깅스 패션을 검색하면 욕하는 댓글이 수두룩 하다.
이렇듯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기에 조심하고 싶었다.
한국에서 어떤 여름옷을 준비해 가면 좋을지 미리 가있는 남편한테 물어봤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남편 왈: 난 모르겠는데?? 똑같은데?) 아우.
내가 느낀
파나마 패션 몇 가지를 정리해 보겠다.
1. 파나마도 중미답게 다리를 드러내는 걸 꺼리는 편이다. 대체적으로 라틴이 다 그런 편인 듯.
그렇지만 날씨가 덥다 보니 짧은 반바지를 많이 입긴 한다. 근데 예쁜 반바지가 아니라 스포티한 반바지를 많이 입는달까.
단, 짧은 치마는 거의 본 적이 없다. 추리하게 입는 짧은 하의는 ok지만 힐을 신는 등 뭔가 꾸몄다는 느낌의 짧은 하의는 no. 느낌이다.
핫팬츠는 은근 10대 소녀들이 많이 입는다. 청소년들 유행인가 싶기도. 대부분은 긴 청바지 혹은 면바지를 많이 입는다. 그렇기에 내가 한국에서 입던 짧은 원피스나 스커트는 퀴퀴한 곰팡내에 절여지며 장롱 한구석 어딘가에 잠들어 있다.
2. 상의는 훨씬 자유로운 편이다.
여기도 크롭티가 유행이라 옷가게에 가면 손바닥 만한 티셔츠, 크롭티, 민소매티가 널려있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입는데 특히 뒤에가 훅 파인 옷이나 끈으로만 이루어진 옷도 즐겨 입는 편. 그러나 가슴이 파이는 등 심한 노출은 은근히 없다. 30-40대 이후는 티셔츠나 낙낙한 블라우스를 많이 입는다.
3. 의외로 레깅스 패션은 없다. 운동하는 사람들 빼고 일상에서 입고 다니는 사람은 극히 드물게 만난다. 더워서인지 부담이 돼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4. 머릿결 관리+긴 생머리에 진심이다.
허리 아래까지 쭈욱 내려오는 긴 머리도 몹시 많고 찰랑거리는 스트레이트 헤어도 눈에 띈다.
참, 그러고 보니 염색을 하질 않는다. 검은색이 아닌 다른 색 머리를 갖고 있는 사람을 본 적이 거의 없다.
대부분 긴 머리를 보유하고 있고 단발은 많이 없다.
5. 메이크업은 거의 하지 않는다.
거리를 나가보면 민낯의 느낌이 많다.
다만 어디 놀러 가거나 파티를 갈 때는 다르다.
대략 3센티미터는 넘어 보이는 두꺼운 속눈썹은 기본이거니와 유튜브에 나오는 엄청난 메이크업+화려한 네일+블링블링 펄+샤워 물대신 향수를 끼얹고 나온 듯한 냄새(너무 독해서 향기가 아님!).
밤에 종종 볼 수 있다.
6. 결혼식 하객 패션은 우리나라처럼 정장 원피스 이런 거 아니고 이브닝드레스 또는 꽃무늬 롱원피스다. 꽃무늬를 왜 결혼식에 입는 거지...? 했으나 각종 문양이 화려하게 그려진 긴 원피스를 많이 입는 편이다.
7. 옷가게에 가면 살게 없다.
손바닥 만한 옷들은 애초에 사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을뿐더러 이게 옷인지 커튼인지? 이게 인형 옷인지 사람이 입으라고 만든 옷인지 모르겠는 당황스럽게 화려한 옷들이 많다. 게다가 기본템은 촌스럽다. 심플하게 딱 떨어지면 좋겠는데 이상한 무언가가 꼭 달려있다.
참, 그리고 바지는 죄다 길다!
8. 남자. 남자 패션은 티셔츠+반바지/긴바지 끝이다. 꾸밀 땐 셔츠+긴 바지. 정장은 거의 없고 직원들은 다들 유니폼을 입는다. 제복이 많이 발달한 편이다.
9. 라틴계 미남미녀 많나요?
이탈리아에 가면 어딜 가나 화보 속 모델들이 널려있다는데 현실은
슈퍼마리오 형제인 것처럼 마찬가지다.
일단 우리나라보다 체격이 많이 크기에 비만한 사람이 훨씬 많다. 그래봤자 미국에는 비할 바가 못되지만.
다만, 헬스장에서 가끔씩 인스타에서 튀어나올 법한 모델 같은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몸매가 너무 예쁘고 완벽해서 나도 모르게 계속 쳐다보게 되는 그런 여자분도 있었고(분명 나보다 무게를 훨씬 적게 하던데 몸매는 왜 달라? 쳇) 남자는 안 그래도 체격이 큰데 운동까지 해서 모델 포스가 뿜뿜 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10. 나는? 그리고 한국인은?
나는 추리하게 다닌다.
면티셔츠+긴 냉장고 바지(혹은 롱치마)가 내 교복이다. 오실 분들은 민무늬 냉장고 바지를 쟁여오세요!!! 거기에 가끔 롱원피스 정도. 웬만해선 절대 꾸미지 않는다. 하하.
집에선 무조건 시원한 잠옷만 입는다. 다른 여성분들은 블라우스+슬랙스를 많이 입으시는 느낌이다.
남자분들은 티셔츠나 폴로셔츠에 긴바지 정도. 참, 골프 패션을 보면 바로 아시아인 구별 가능하다. 온몸을 태양으로부터 둘러싸고 있으면 100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