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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에서의 음악생활

by 삐아노


내가 한국에서 가르치던 학생의 어머님의

친한 분이 파나마 대사관에 계시다고 하셨다.

그분께 건너 듣기로 파나마는 문화의 불모지라고 하셨다고.


물론 나도 지도앱이나 구글, 유튜브에

파나마 음악 생활에 관해 자세히 찾아보았지만

정말이지 뭐가 없었다.


2년간 살고 있는 지금 느끼는 건

문화생활이 척박한 게 맞다는 거다.


일주일에 많으면 두세 번씩 예술의 전당을 드나들던 나였는데 여기온 후로 연주회라곤 고작 대여섯 번 가본 게 다다.


여기도 국립오케스트라가 존재한다.

월 1회씩 연주회가 극장에서 열리는데,

어느 날 내가 좋아하는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피아노 협주곡이다)을 연주한다고 해서 갔더랬다.

독특했던 풍경은 음악연주 중 다들 사진과 영상을 자유로이 찍는다는 것.

그리고 커튼콜이 딱히 없다는 것.


짤막한 후기로는

피아노 상태가 굉장히 안 좋았고

조심스럽지만 국립 오케스트라의 수준은 우리나라

예술중학교 수준보다 낮아서 깜짝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양질의 음악레슨을 받고 싶어도

음악학원 숫자가 아주 적으며 레슨비가 비싸고 값에 비해 질이 좋지 않다.

우리나라처럼 학교 코앞에 대여섯 개씩 있고 학석박사 졸업 유학파 선생님들이 널려있는 환경과는 매우 다르다.

게다가 악기 구하기도 매우 힘들다.

피아노 국내 생산자가 없으니 진짜 어쿠스틱 피아노는 아주 값비싼 야마하뿐이고

우리나라보다 훨씬 비싸다. 디지털피아노도 고를 브랜드가 마땅치 않고 금액도 먼 일본이나 중국에서 수입하는 거라 비싸서 절대다수 어린이들은 이름 없는 브랜드의 저렴한 키보드로 악기를 배운다. 때론 건반개수가 88개가 안되기도.


가장 대중적인 피아노가 이런데 다른 악기는 어떻겠는가.


그리고 음악전공은 파나마대학 한 군데에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마저도 박사는 없고 석사까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아노 협회는 존재한다.

나도 소속되어 있다. 하하.

일 년에 한 번,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연주회를 열어주고 또 콩쿠르도 진행한다.


아이들의 실력 역시 한국의 콩쿠르장과 비교하면 대부분 기초 수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재는 존재하더라.


콩쿠르에서 한 10대 남자아이가 히나스테라 소나타 전악장을 쳤는데

정말이지 너무 잘 쳐서 몹시 놀랐다.

우리나라 전공생만큼? 보다? 더 잘 쳤다.


알고 보니 영재로 유명하단다.


역시 어딜 가나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은 존재하는구나 싶었다.

콩쿨 시상식


어쨌거나 전반전으로 클래식 쪽은 좀 약하지만

라틴이니만큼 재즈는 좀 더 유명하다.


1월이면 재즈페스티벌이 열려서

나도 티켓을 예매하고 한번 가봤다.

아프리카+미국 느낌이 섞인 어딘가 독특한 느낌이었고

실력 또한 출중했다.

파나마 재즈피아니스트 다니로 페레즈 씨가 굉장히 유명한데 정말 뛰어난 실력자였다.

이 분의 이름을 딴 음악아카데미도 있다.



그 외에도

파나마 대학 학사 졸업연주회를 한 번 갔었고

파나마 콩쿠르 심사위원 연주회에 두 번 참석했다.

그리고 추모음악회 한 번, 최근에 포르투갈 대사관에서 열린 포르투갈 기타 연주회까지.

이게 전부다.


많이 아쉽긴 하다. 내로라하는 명피아니스트가 한 번쯤 올법한데 단 한 번도 오지 않는다.

피아니스트 유자왕이 라틴투어를 했지만

파나마는 예외였다. 흑흑.


한국에 돌아간다면 음악회부터 주야장천 다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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