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야기는
초대도 하지 않았는데 불쑥 남의 집에 침입해 버리는 불청객들에 관한 이야기다.
1. 화랑곡나방
한국 여름에도 지겹게 본 애들인데 여기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곤 한다. 지금까지 세 번 정도 창궐했다. 처음에 식료품 저장실에 나방이 붙어있어서 기원지를 찾아 청소하는데 하얀 애벌레가 꿈틀거리는 걸 보고 소리를 꺅! 질렀더랬다. 범인은 쌀로 추정. 그 후로 극히 조심해서 없어졌는데, 최근에 식사준비를 하면서 먹다 남은 김을 꺼내는데 하얀 애벌레가 말라붙어 죽어있는 걸 보고 소리지르며 김을 내 던졌다.
회식으로 늦게 오는 남편을 기다려서 저장고에 담긴 음식들을 다 꺼내어 클로록스로 닦고 애벌레가 창궐한 건 버렸다. 근데도 이상하게 성체가 계속 등장했다. 한번 더 까뒤집어 소독했는데도 계속 나와서 겉보기엔 별 이상 없어 보이는 건미역을 모조리 버렸더니 요새는 괜찮은거 같다.
그럼에도 뚜껑을 열 때마다 튀어나올까 조마조마하다.
2. 개미
아주 작은 개미가 곳곳에 있다.
한 번은 부엌에 엄청 많이 나타나길래 개미의 뒤꽁무니를 쫓아가보니 부엌 창가에 둔 화분이 범인이었다. 화분을 들자 그 아래에 정말 2백여 마리는 되는 개미가 버글버글거렸다.
어후!
그때의 사진을 찍지 못한 게 한 일뿐!
불쌍했지만 모두 다 수장시켰다.
그 후로도 작은 개미는 안방, 거실 등등 곳곳에서 기어 다닌다. 가끔 몸에 올라오는데 그러려니 하고 후- 불어서 날린다.
3. 먼지다듬이
네이버 먼지다듬이 카페에 가보면 각종 고충 글이 엄청나게 많다. 습도가 90프로고 기온이 30도가 넘는 이곳, 없을 리 만무하다. 모-든 나무, 종이류에는 먼지다듬이가 있다.
얼마 전 지갑을 여는데 돈 위에도 있었고
휴지를 뽑았는데 휴지 위에도 있었다.
뭐.. 그러려니 한다.
4. 바선생
바선생은 누구나 그렇겠지만 진짜 죽도록 싫은 존재다.
우리 집 주차장은 지하인데 바선생을 가끔 만난다.. 하.
남편이 운전하고 가는데 바씨가 앞유리로 기어가서 그의 매끈하고 통통한 배를 직관한 게 두 번.
남편 전 주재원 분은 운전하고 가는데 에어컨 구멍에서 웬 더듬이가 쫑긋거리더니 바씨가 나왔단다..
진짜 이거 듣다가 옆 물건 부술뻔함.
운전 중에 바씨가 어디서 출몰할지 모르니 나타나면 사고 나지 않게 침착하게 갓길에 대자고 남편이랑 시뮬레이션을 몇 번이고 했다.
언제는 한 번 부엌 싱크대에 물이 샌 적이 있다.
대충 닦고 다음날 일어났는데 되게 큰 바씨가 죽어있었다..
미칠 뻔... 다행히 싱크대 보러 온 분이 치워주셨고
사진을 찍어서 경비원에게 물어보니 밖에서 온 박 씨라고 했다. 맥스포겔을 도포했으나 그 담부터 바씨는 보지 못했다.
아마 택배상자에서 딸려온 듯 추측되어 그다음부터 택배 상자는 모조리 바로 버린다.
5. 귀뚜라미
4월은 귀뚤철이다. 귀뚜라미 이름은 귀여운데 생긴 건 배신감 느낄 만큼 너무 징그럽다. 우리 집은 초고층인데도 귀뚜라미들이 올라온다. 여기저기 출몰하는데 주로
강아지 집과 소파사이에 귀뚜라미가 숨어있었고(두 마리나) 화장실에도 있어서 그때마다 기겁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언제 한 번은 밤비가 소파 틈사이를 발로 파바박 하는 거다.
전에도 뭔가 먹을게 떨어져서 그런 적이 있어서
안에 과자 부스러기가 들어갔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손을 넣어서 뭔가를 집어 빼냈는데 귀뚜라미였다.
아악---! 내던지고
그날 지른 비명으로 하루 종일 목이 아팠고
손은 열 번도 더 씻어댔다.
귀뚜라미 진갈색에 커가지고 으으 너무나 징그럽다.
6. 도마뱀
되게 작은 크기의 도마뱀을 가끔 만난다.
뭐.. 도마뱀은 은근히 귀여우면서도 아주 약간만 징그럽다.
그래도 귀뚤이나 바선생보다 훨씬 아름다운 존재이기 때문에 보이면 마음껏 있다 가라고 말해주곤 한다.
7. 검은 마녀나방
이 나방은 라틴국가에만 있는 나방으로 알고 있다.
우리 집은 냉방비를 아끼기 위해서 베란다문을 열어놓고 지내곤 하는데
저녁에 닿는 것을 깜빡한 적이 몇 번 있었다.
어느 날 거실에서 뭔가 큰 게 푸드덕거려서
기절초풍하여 보니 징그럽게 생긴 커다란 나방이었다.
이 나방은 그 후로도
신발장 위, 부엌 구석, 남편의 옷장(옷 꺼내는데 푸드덕거려서 심장 내려앉을 뻔했단다.)에서 뻔뻔하게 자리 잡고 쉬고 있었다.
어느 날은 자려고 누웠는데 침대 옆 블라인드에 못 보던 장식이 있어서 저게 뭐지? 3초간 생각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바로 그 나방이 브로치처럼 앉아있었던 것.
남편과 우산으로 생쇼를 하며 어찌어찌 내보냈지만
내보내는 과정 중 그 푸드덕거림은 가히 공포스러웠다.
이 나방에는 미신이 있다는데
바로 세 귀퉁이에 나타나면 집안에 누군가가 죽는다는 것.
나방이 나타나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키우던 햄스터가 하늘로 갔다. 워낙 병약한 햄스터였고(동물병원만 6~7차례 감) 우연이겠지만.. 괜스레 찜찜했다.
8. 새
아침에 일어나면 언제나 강아지의 배변패드 정리를 한다.
그날도 일어난 뒤 자연스레 그쪽으로 향했는데
우산들이 놓여있는 곳에서 뭔가가 푸드덕거리는 거다.
!?!? 너무 깜짝 놀랐는데 새였다.
내가 몇 번 잡으려고 시도했으나 생각보다
너무 무서워서 엄두가 나질 않았다.
가까이 다가가면 날갯짓을 엄청 하면서 날아다니다가 창문에 부딪혀서 주저앉는 걸 반복했다.
날이 너무 뜨거워서 새도 무척 지쳐 보였다.
동물구조센터 이런 게 없나 찾아봤는데 꼴론에 있었고 진짜 구조해 주는 건지 확실치 않았다.(동물복지 인프라가 열악하다.)
물이라도 마시라고 떠다 주고 버드피딩 하려고 사둔 새 모이도 놓아줬는데 먹지 않았다.
이 새를 내가 키워야 하나 고민을 잠깐 했더랬다.
창문을 다 열어놔도 못 나가서 전전긍긍하던 도중,
몇 번 부딪힌 후에 훅 나가버렸다.
이외에도 자그마한 이름 모를 벌레들이 자꾸 들어온다.
정말 초대할 생각도 없는데 뻔뻔하다.
그래 다 괜찮다.
바씨만 아니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