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전 주재원분께서
차운행 중에 있었던 일이었다.
평소처럼 운전을 하고 가고 있는데, 에어컨 쪽에서 뭐가 움직이더란다. 설마 상상이나 했겠는가.
시선을 살짝 내려보니까 에어컨 구멍 틈새사이로 더듬이가 삐죽! 하더니 바선생이 뾱 나와서 그 순간 사고 날뻔했다고.
울 남편은 차량 운행 중에 앞유리를 훑고 지나가는 매끈한 바선생의 배를 두 차례 관람했더랬다.
그래, 어디까지나 도시괴담 듣는 기분으로 들었다.
지하주차장에서 세 번 정도 바선생을 만났지만.. 그래 그럴 수도 있지 했더랬다.
그러던 중 - 지난 월요일이었다. 오전 수업을 가기 위해 평소처럼 차 문을 열었다. 뭔가가 파사삭 운전대 바로 앞에서 기어갔다. 어? 내가 잘못 본 줄 알았다. 이게 현실인가? 내 착각이길 바랐다. 근데 바퀴가 내 차 안에서! 내 운전대 앞 보드에서! 바삐 움직이더니 보닛쪽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멘붕이었다. 정말 말 그대로 발을 동동 굴리며 어떡하지를 남발했다. 어떡하지!! 어떡해! 주위에 직원도 아무도 없었고 빨리 수업은 가야 하고.
울상으로 차를 집어타고 손끝으로 핸들을 만지며 겨우 지상으로 끌고 갔다.
아파트 직원을 보자마자 쿠카라차 나왔다고 제발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근데 그 직원도 좀 무서웠는지 살짝 소극적이었고 다른 직원을 불렀다.
그분이 와서 이리저리 찾아주는데 없는 거다. 보닛을 열고 어디 갔지 동동거리던 찰나, 보닛 사이에 죽어있었고 무사히 시체를 빼낼 수 있었다. 그분은 무려 맨 손으로 바퀴를 치우셨다… 너무 감사해서 팁으로 10달러와 간식을 드렸다.
그리고 5일 후인 토요일, 가르치는 아이들 연주회가 있었다. 그 중간에도 차를 분명 탔는데 그땐 안 보여서 이제 없겠거니 그때만 들어온 거겠거니 하고 안심했던 찰나였다. 일찍 꽃단장을 하고 나와 설레는 맘으로 문을 열었는데-
악!!!
그때 걔보다 조그마한 바퀴가 조수석 의자를 뽀르르 타고 있는 게 아닌가. 저번에 걔는 날 보자마자 주제를 알고 숨기라도 했지 얘는 보란 듯이 시트를 여기저기 횡단하고 다니는 게 어처구니가 없었다.
내가 거의 울 지경이 되니 - 옆에 있던 어느 여자분이 자기 신발을 벗어서 적극적으로 때려잡아주셨다. 하 생명의 은인이시여 ㅠㅠ 커피라도 대접해드리고 싶었다. 무차스 그라시아를 몇 번이나 하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리고 출발했지만 어찌나 찝찝하던지-!
왠지 큰 성체 바퀴가 알을 까서 새끼가 돌아다니고 있는 것 같은 이 불길함.
핸들부터 좌석 등 모든 곳을 바퀴가 기어 다녔을 생각을 하니 불쾌해서 미칠 것 같았다. 연주회를 마치고 나자마자 바로 세차장으로 향해서 세차와 살균을 맡겼다.
짧은 스페인어로 쿠카라차 월요일 보고 오늘도 봤다고 싹 다 죽여달라고 제발. 뽀르 빠보르!!!
근데 이런 일이 너무나도 흔한지 직원들 표정에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이 세차 옵션을 선택하라고 권유할 뿐이었다. 그리고 다른 직원을 불러 쿠카라차 어쩌고 설명하고 차문을 열고 아무렇지 않게 물건들을 쓱쓱 꺼냈다. 우오…
지금 글을 쓰며 세차를 기다리는 중이다. 세차 비용은 참고로 $60. 이제 끝나고 나면 클로록스 티슈로 문지른 다음, 집에 있는 맥스포스겔을 가져가서 내 주차자리 근처에 도포할 예정이다.
차를 버리고 싶은 기분이 든다.
집에 없는 게 다행인 걸까.
여러모로 울적한 파나마의 한 때다.
+글을 올리는 지금 아직까지는 나오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문을 열 때마다 두려움이 엄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