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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운학교네트워크 Feb 01. 2024

아이들과 제대로 살아가도록 하는 길

티처뷰 / 나경환_경북새넷

나경환 선생님. 반갑습니다. 티쳐뷰를 읽고 계신 분들이 아실 수 있도록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경북에서 근무하고 있고 교직 34년 차를 지나 이제 새해가 되면 35년 차를 맞이하게 된 초등학교 5학년 담임교사 나경환입니다. 그리고 경북새넷 대표 3년째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경북새넷 대표를 맡으신 지 2년, 맡으신 것만으로 남다른 책임감이 느껴지는데 경북새넷 대표로서 특별한 소회가 있으신지요?      

  경북새넷 대표를 맡게 되면서 후배 선생님들께 미안한 마음이 커요. 먼저 선배님들의 마음이 크게 느껴져요. 경북새넷에 선배님은 초등, 중등 한 분씩 계셨는데 한 분은 퇴임하셨고 한 분은 이번에 퇴임하세요. 그분들이 대표로 계실 때는 새넷이 많이 활성화되었고, 선배님들이 밑거름이 되어주셨어요. 선배님들이 많은 것들을 함께 해보자 제안하고 지원해주셨는데, 저는 대표로서 후배들에게 새로운 제안도 별로 해주지 못하고, 후배들이 하고 싶은 것들이 있는데 이를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는 것 같아 참 많이 미안하고 아쉽습니다. 그래서 저를 끝으로 다음에는 대표 연령을 확 내리는 것도 제안했어요. 연령대를 확 내리자! 그럼 좀 더 활기차지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웃음)


선생님을 전국 교원단체 모임에서 종종 뵙게 됩니다. 교원단체별로 어떤 의미를 갖고 참여하시는지요?      

  전교조와 작은학교교육연대, 새로운학교네트워크 세 단체에 모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전교조는 교사로서 제대로 살아가는 방법을 처음 알려준 곳이에요. 제가 교직에 처음 들어섰을 때는 희망을 찾지 못했어요. 그런데 교사로서 이렇게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곳이 전교조에요. 지금도 변하지 않았어요. 참교육 실천과 제도권 변화를 위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중에 2007년 남한산초등학교를 비롯한 몇몇 학교들이 학교를 바꿔나가는 소식을 접하게 되면서 작은 학교들의 연대, 작은학교교육연대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2011년 칠곡의 다부초등학교에서 저를 초빙했습니다. 대구와 가까운 다부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20명대로 점점 줄어들자 학교를 살리고 싶은 부모님들이 남한산초등학교처럼 변화를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고 했어요. 그때부터 작은학교교육연대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상주남부초와 백원초, 안동의 송천초등학교와 같이 경북작은학교교육연대도 만들고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전국의 작은 학교들이 활성화되기 시작하면서 중간 규모의 학교, 큰 학교의 변화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작은학교교육연대에 참여한 첫해부터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새로운학교네트워크가 이를 제안했어요. 진작 이랬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지금까지도 새넷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시는데 경북지역의 학교 연대가 궁금해지네요. 선생님께서 바라고 있는 모습이 있으실 텐데 지금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경북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황이 좀 특이합니다. 현재 경북새넷 회원이 50명가량 되는데 전교조, 새넷, 작은학교교육연대에 모두 가입한 선생님이 많아요. 진보 교육감이 없다 보니 우리 스스로 모든 상황을 풀어나가야 했어요. 또 경북은 지역이 엄청 넓어서 23개 시군이나 되는데, 오래전부터 경북 각 지역에서 전교조 활동가로 살아가던 선생님들이 상주남부초, 백원초, 안동송천초, 다부초, 흥해서부초 등 작은 학교로 들어가 학교를 바꿔내고자 집중하게 되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새넷에도 자연스럽게 함께 하게 된 선생님들이 많아요. 처음 작은 학교운동을 시작한 선생님들이 대부분 전교조 활동가이다 보니 전교조 경북지부에서는 활동가 부족 현상이 생기게 되었고, 작은 학교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생님들과 전교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교조 경북지부와 함께 경북작은학교교육연대를 만들게 되었고 지금까지 10년 넘게 함께 하면서 꾸준하게 현재까지 관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새넷도 전교조나 작은학교교육연대와 함께하게 되었죠. 경북은 보수 지역이다 보니 특히 전교조, 작은학교교육연대, 새로운학교네트워크가 따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힘을 모아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래서 계속해서 그 끈을 이어가려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삶 속에 지금 떠오르는 학교가 있으실 듯 해요. 말씀해주실 수 있어요?     

  모든 학교가 소중하지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무래도 다부초에요. 여선생님 한 분과 저와 둘이 학부모들과 학교혁신운동을 함께 시작한 곳이에요. 그때 전국 일제고사가 있었거든요. 경북교육청에서도 전국 일제고사 두 달 전에 3~6학년 모두 일제고사를 쳤어요. 우리는 부모님들과 함께 3~6학년이 모두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버스를 빌려 체험학습을 갔어요. 전부 무단결석 처리되었지만 별 일없이 지나갔고, 두 달 뒤에 6학년들만 치는 전국 일제고사를 6학년들 모두가 또 거부했지요. 그런데 갑자기 그게 전국 뉴스에 나오게 된 거예요. 전국 최초로 전교생이 일제고사를 거부한 학교라고 학운위원장 인터뷰가 뉴스에 나오고, 그 결과 도 교육청과 칠곡교육청이 난리가 난 거죠. 교장선생님도 불려 가서 고생하셨어요. 당시에는 학운위를 오후 두세 시쯤에 시작하면 최소한 밤 열 시는 넘어야 끝나고 그랬거든요. 퇴근하고 밤마다 학부모님들을 만나고요. 지금 생각해봐도 어떻게 그렇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죠. 그러던 중에 새넷에도 자연스럽게 함께 하게 된 학교고요.


혹시 가슴에 남는 동료 교사도 있으실 듯한데 소개해주실 수 있어요?      

  저는 제가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 이 분 덕분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나규식 선생님’, 안타깝게도 지금은 돌아가셨어요. 제가 90년에 초임 교사로 발령받고 영양에서 5년 지내다가 구미의 큰 학교로 왔어요. 매주 월요일마다 애국 조회를 하는데 반마다 깃발을 들고 있다가 교장 선생님이 조회대로 올라갈 때 깃발을 높이 들곤 했죠. 50학급 정도 되는 학교였는데 한번은 조회 도중에 교장 선생님이 담임선생님들께 아이들 주머니 검사를 시켰어요. 그분은 아이들의 주머니를 함부로 뒤질 수 없다며 꼿꼿이 서서 움직이지 않으셨어요. 아이들을 위해 아닌 것을 아닌 것이라고 말하고 행동하는 용기, 일찍이 고인이 되셨지만, 방황하던 저에게 제대로 사는 교사의 삶을 알려주신 선배님이셨어요.


선생님께서 교사의 삶의 지표로 삼고 있는 말과 실천이 있으신지요?       

  현재의 내 모습이 전교조이고 작은학교이며 새넷이다.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살아갑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들을 판단할 때, 평소 그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아, 저 사람은 이런저런 사람이구나’ 하고 판단하게 경우가 많아요. 근데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자꾸만 현실에 안주하려 하고 편하게 지내려 하는 내 모습을 마주할 때가 있죠? 그럴 때마다 지금 다른 사람들에게 비춰지는 내 모습으로 인해 전교조, 작은학교, 새넷의 이미지가 잘못 비춰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습니다. 늘 학교생활에서 편함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다짐이 필요할 만큼 학교의 현실이 녹록지 않은 것 같습니다. 2023년의 학교에서는 어떠셨어요?      

  참 답답하고 속상했습니다. 서이초 선생님의 슬픈 소식으로 모두가 격정적이었잖아요. 2023년 서이초 선생님의 슬픔을 함께하기 위해 집회에 참석하는 선생님들과 함께 노동자로서의 연대와 교사로서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겠구나! 라는 기대를 하게 되었어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왜 갈수록 직업인으로서만 살려고 하지? 라는 걱정도 되고 있어요. 노동자성을 갖추면서도 아이들을 책임지는 교육은 같은 길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우리는 변화의 과도기에 있기에 다양한 교사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며 집회에 나갔어요. 매주 토요일, 전국교사집회로 모이는 교사들과 함께하기 위해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말도 건네지만 쉽지 않았고, 또 교사집회가 마무리되고 교육에 대한 책임을 높이기보다는 최소한의 교육행위만 할 거라고 말하는 교사들을 만날 때는 안타까움이 많았어요. 같이 가고 또 이야기도 많이 나누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은 현실입니다.


선생님 말씀을 들어보면 우리 교육계는 안과 밖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을 느낍니다. 2022 개정교육과정 도입, 혁신교육계의 침체, IB 학교 확산, 생성형 AI로 대변되는 학교 안, 학령인구 감소, 기후 위기, 정책 중심 에듀테크 확산, 지역 소규모학교의 침체, 경쟁체제의 지속 등 학교 밖의 문제 등입니다. 학교 안과 밖으로 구분하기 모호하지만, 학교를 둘러싼 현재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편안히 생각을 나눠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네, 시대가 교사와 학교에 주는 과제이지요. 저희도 경북새넷 선생님들과 모이면 이 주제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했어요. 학교 안과 밖을 구분할 수도 없고, 또 학교 외부에서 제기되는 문제라고 외면할 수 없고, 시대가 주어진 과제를 해결할 곳은 학교 안의 구성원들이기 때문입니다. 저희 경북새넷 선생님들과 지역 과제도 함께 논의하면서 공감한 논의의 방향이 있어요. ‘현재 추진되고 있고 앞으로 추진되어갈 모든 것에 있어 경제 논리는 철저하게 빼내야 한다.’입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하더라도 교육정책에 아이들 대신 경제 논리가 들어가는 순간 방향성이 변하는 것을 우린 숱하게 보아왔습니다. 선생님들은 들러리가 되고 학교는 이익을 둘러싼 갈등만 부각되곤 했지요. 인본주의를 기반으로 철저하게 아이들 중심으로 가자!


학교 안 책임과 책무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는 문제 제기도 있지만, 학교 안에서 위기를 겪고 있는 젊은 교사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젊은 교사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지요?

  젊은 교사들에게! 후배 교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있답니다. 맞고 틀리고의 관점이 아닌 제 경우에 비추어봤을 때 저는 젊은 교사들에게 다른 이야기보다 심정적 지원군을 많이 만들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모든 면에서 학교 현장이 더 어려워졌어요. 특히나 젊은 교사들이 더 많이 위기를 겪고 있다고 보입니다. 교사들은 아이들과 진짜 열심히 살고 있어요. 그런데 의도치 않게 문제가 팍팍 일어나요. 이럴 때 심정적 지원군을 많이 만들면 문제가 쉽게 해결되는데, 조금씩 멀리하다 보면 갈등의 골만 깊어지더라고요. 교사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부분 중 하나가 학부모와의 관계라 볼 수 있죠. 그런데 학부모와의 관계가 힘들다고 해서 이 부분을 놓아 버리면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하고만 잘살아간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젊은 선생님들께는 가능한 자신만의 방식으로 관계를 맺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시도하고 나서 평가하는 것도 늦지 않습니다. 높은 단계에 한 번에 갈 수 없잖아요? 정기적 학부모 다모임을 하는 등의 높은 단계의 소통보다는 카톡방, 밴드 등 할 수 있는 정도의 일상적 소통부터 시작해보는 것, 이것은 교사로서 절대 놓으면 안 되는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소통은 교실에서 교사로서 잘 해내기 위해서입니다. 주저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해보면 좋겠습니다. 진짜 큰 도움이 됩니다. 만남, 관계, 소통이 없으면 작은 사안이어도 해결되지 않고 커다란 사안으로 증폭됩니다. 누구를 탓할 수 없는 현장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학부모들과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면 학부모가 문제를 키우지요. 학부모들하고 관계 맺기를 힘들어하는 선생님, 조금만 용기를 내십시오.



2024학년도 새학년 새해입니다. 기대하시는 것이 있으신지요? 다짐도 있으시면 함께 소개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제가 좀 소박합니다. 거창하게 기대와 다짐 같은 것은 잘못합니다. 그저 올해도 발을 딛고 있는 이곳에서 쓰임을 다하자! 입니다. 저는 이제 정년이 5년밖에 안 남았습니다. 작은 바람은 칠곡군의 다부초와 함께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는 학교 하나를 더 만들어서 서로 교류하며 꾸준히 이어갈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다행히 저에게 요청하는 학교와 학부모님들이 계셔요. 그동안 교사로서 살아가는데 바르다고 생각한 길, 가야 할 길을 걸어왔습니다. 초창기에 전국 모임 가면 매우 속상했어요. 우리 경북이 늘 비교가 되었어요. 답답할 때 많았지요. 생각해보면 한 걸음이라도 더 나간 것 같은데 속상할 때가 있어요. 우리 지역은 진보 교육감 한 번도 성공한 적 없는데 다른 지역은 걸음을 팍팍 내딛는 거예요. 우리는 한 걸음 내딛는 것도 힘겨운데…. 그런데 요즘 전국모임 가면 진보 교육감이었다가 다시 보수교육감이 들어와서 방향을 바꿨을 때 혼란스럽다고 하더라고요. "앞으로 우에야 하노?" 할 때, "우리는 한 번도 그런 적 없는데예." 대답합니다. 아이들하고 제대로 살아가도록 하는 길. 그거 하나밖에 없습니다.




2023 겨울 호 목차

1. 시론
2. 특집
3. 티처뷰
4. 이 책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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