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단풍철이면 올해 단풍의 절정은 언제일까 고민하며 야영장 추첨을 신청하곤 한다. 날짜를 맞춰 단풍 캠핑을 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올해 이상 기온으로 이른 단풍을 맞았다."와 같은 기사를 보곤 한다.
아니면 추워진 날씨와 더불어 사정이 생겨 야영을 가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2022년 10월에는 운 좋게 우리가 예약한 날짜와 단풍 절정 시기가 딱 맞아떨어졌다. 주말 일정도 비어 기분 좋게 가야산으로 캠핑을 가게 되었다. 아이들과 정상까지 오르지 못했지만 등산도 다녀왔다.
"초콜릿 좀 주세요!"
지나가는 등산객에게 대뜸 둘째가 외쳤다.
며칠 전 등산을 했을 때, 둘째를 귀엽게 본 아주머니께서 초코바를 주셨는데, 둘째는 그게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나 보다.
둘째의 당당함에 깜짝 놀란 그분은 허둥지둥 주머니를 뒤져 호박엿 사탕을 건네주셨다. 그리고 당혹스러운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귀여움에 눈길을 떼지 못했다.
하지만 엄마, 아빠는 어찌나 죄송스럽고 당혹스럽던지 아직도 그때 생각을 하면 얼굴이 빨개진다.
야영장으로 돌아와 아내가 챙겨 온 캔버스에 단풍 그림을 그렸다. 아직도 집안 책장 안에 자리를 꿰차고 있는 그림들이다. 점점 덧칠을 해 가며 진한 흙빛의 작품이 되긴 했지만, 그 그림만 보면 그때 10월의 단풍이 생각난다.
이 날 그림을 다 그리고 벤치에 앉아 밤을 구워 먹었다. 처음에 칼집을 내지 않아 펑하고 터져버린 밤 때문에 우리 가족은 울고 웃었다.
초록, 노랑, 주황, 빨강 형형색색의 가을 산은 늘 멀리 떨어져 있다. 사는 게 바빠 도무지 가까이 갈 짬을 내지 못한다. 그럴 때면 2022년 10월 가야산에서 본 단풍을 떠올린다. 그러면 내 마음도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