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달빛은 가슴시린 슬픔이 내린다.
시퍼런 가을 달빛에 기러기 갈 길을 잃고
개울가 찬바람 맞으며 피 울음 소리 구슬퍼 슬프다.
소복 입은 억새는 차가운 가을 달빛에 벌거벗은
앙상한 몸을 기댈 곳 없어 소리 없는 통곡이 슬프다.
초가지붕 위에 쏟아지는 시어머니 눈빛 같은 싸늘한 달빛이
때 늦은 박 넝쿨 사이로 스산한 바람이 있어 슬프다.
단풍은 이별을 준비하고 고샅길 담벼락에 붙어 있는 담쟁이 넝쿨위로
서리 담은 가을바람은 채찍 같은 칼바람으로 겨울을 소환해서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