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지금. 이 장소에서
우와 엄마랑 논다!
'아 맛있다. 음, 맛있다!' 소리 내면서 스파게티에 볶음밥까지 저녁으로 배불리 먹은 아들. 만족스러운 포만감을 느낀 건지 거실에 엎드려 자동차 마을 놀이를 시작합니다. 한참을 혼자 신나게 노는 것 같더니, 엄마 부르는 콜이 들려오네요. 엄마~ 하고 부르는 순간, 부르지 말지 싶으면서도 무언가를 필요로 하고 있구나를 직감한답니다. 물인가? 물을 달라 하려나? 뭐가 조립이 잘 안 되나? 부서졌나?....
"엄마, 같이 놀자." 물도 장난감 수리도 아니었습니다. 필요로 하는 건, 그냥 엄마. 엄마입니다.
저녁 먹은 설거지 해야 하고, 새로 봐야 할 책도 있고, 써야 할 글도 있고, 정리해야 할 집안일들도 쌓여 있고... 언제나 준비된 것 마냥 집에는 해야 할 리스트가 언뜻 해도 서너 가지는 항상 존재하지요. 그러다가 빛과 같은 속도로 스치는 생각 하나가 있었습니다. 번뜩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뭐가 중요한데? 나한테. 지금. 이 장소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걸까. 하고요.
거실 바닥에서 드러누워서 미니카들 굴리면서 그 굴러가는 바퀴가 뭐라고, 심취에 홀로 놀고 있는 아들은 오늘도 혼자 장난감에 말 걸며 홀로 놉니다. 그 모습을 보니 지금 나에게 무엇이 중요한가, 하는 의문이 생겼어요. 까짓 집안일 오늘 좀 안 하면 어떠리, 하고요. 그래서 바닥에 붙어있는 아들에게 대답했답니다.
'좋아! 엄마도 같이 놀자'라고 말이죠.
엄마랑 놀 수 있음에 기분이 한껏 좋아져 목소리가 커진 아들은, 우와우와 소리치며 '엄마 여기 여기. 어떤 거 할래? 내가 빌려줄게.' 하며 얼마 전에 산 미니자동차 토미카 세 개를 건너줍니다. 아들도 엎드리고, 엄마도 바닥에 엎드려서 삼십 분 동안 아이가 만들어 둔 장난감 마을에서 드라이브도 하고 자동차 수리도 하고, 음식점도 들려가면서, 상상력이 없으면 입장할 수 없는 환상의 도시에 다녀왔지 말입니다.
엄마 같이 놀자, 한 마디를 흘려보내지 않기를 잘한 것 같습니다. ‘엄마도 같이 놀까!'라는 대답을 들은 아들의 그 환한 표정과 들뜬 목소리가 오늘저녁 '뭐가 중요한데?'에 대한 바른 정답이 되는 순간입니다.
"무엇이 중요한가?"라는 질문은 유용할 때가 참 많은 것 같아요. 세미나장에서 질문할 기회가 있을 때 혹은, 해야 할 일들이 가득 쌓여있을 때나 걱정이 태산일 때면 '지금 이 장소에서 나한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하는 자문자답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