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레포션 그리고 어린이풀

어린 시절 수영의 시작과 물에 대한 기억

by B O S

누군가나 아니면 어떤 것(취미든 물건이든)과 어떻게 친해졌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 경우가 많다. 첫 만남은 기억나는데 어떻게 친해졌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 경우 말이다. 신기한 건 나의 일부처럼 나와의 거리가 매우 가까운데 그 거리가 어떻게 좁혀졌는지 영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렇지만 수영은 나에게 반대다. 어떻게 친해졌는지 기억은 나지만, 첫 만남은 기억이 전혀 나질 않는다. 아무리 어릴 때라 하여도 말이다. 마치 화장실에 휴지처럼 당연하게 쓰고 있지만, 언제 쓰기 시작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듯이 말이다. 소년체육대회, 전국체육대회, 2년의 국가대표 생활, 전지훈련, 동아시안게임 출전, 아시안게임 출전과 같이 수영에 매우 많은 기억들이 있지만, 나의 그 시작은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차갑고 이질적인 물의 느낌, 조용히 있으면 파도 소리처럼 들리는 물이 빨려 들어가는 소리, 락스 냄새와 같은 자극들이 어릴 때여도 매우 강했을 텐데 말이다.


처음으로 수영을 배운 건 부산 덕천동에 현대레포션의 유아체능단이었다. 유아체능단은 서울의 YMCA 아기 스포츠단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좋다. 그곳에 나는 5살에 입학하여 수영을 배웠다. 앞서 말한 것처럼 첫 시작이 전혀 기억이 없다. '어릴 때니까 당연히 없을 수 있어. 다섯 살이 어떻게 기억나'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일부 기억들은 있다. 수영장 사이드에 앉아서 자유형 발차기를 하던 기억, 수영장에 돌멩이 줍기 놀이를 하던 기억, 유아풀에서 다른 친구들과 자유형을 하던 기억들 말이다.


당시에는 수영장 자체적으로 대회도 열었었다. 꽤 컸었던 걸로 기억한다. 당연히 그 당시의 아동의 수와 지금의 아동의 수는 다를 테니까 규모도 다를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비교해도 나의 어린 시기에는 부모들이 스포츠에 진심이었던 거 같다. 그 수영장을 다니지 않아도 출전 가능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숨은 강자들을 경험하기도 했다. 좁은 세상에 사는 나 같은 어린이의 인생에는 숨은 강자가 세상에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었다. 수영장도 우리 수영장 이외에는 다녀본 적도 없었으니까. 그때 나는 나보다 더 멋진 상을 받는 다른 사람을 보면서 처음으로 인생의 쓴맛?을 체험했었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 나는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선생님께 칭찬을 듣고 싶어서 더 수영을 열심히 했다. 그리고 수영장 한가운데에 돌멩이 줍기를 할 때도 지기 싫어서 더 빠르게 잠수하고 돌멩이를 가져왔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물을 좋아했던 거 같다. 그 덕분에 수영 실력이 또래보다 늘 수 있었던 거 같다.


그때 미래의 내가 5살 나에게 '너 이제 수영 20년 더 해야 돼. 좋은 일도 많을 거야. 하지만 반면에 네가 포기해야 될 것들도 너무 많을 거야. 그래도 계속할 거야?'라고 물어봤다면 (당연히 이해도 못하고 코나 흘리고 있었겠지만 말이다.) 나는 뭐라고 대답했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때는 사실 소방관이 되고 싶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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