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껏 모이세요.

by B O S

국제 경기를 뛰면 경기시간이 지정되어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여자 자유형 50m 결승 오전 9시 32분, 남자 배영 100m 결승 오전 9시 35분. 이 시스템 안에서는 선수가 시간에 맞춰 소집실에 가면 된다. 앞 경기가 빨리 끝나더라도 바로 시작하지는 않는다. 선수 입장에서 역순으로 보자면 그에 맞게 수영복을 입고, 워밍업을 끝내면 된다. 당연히 컨디셔닝은 여기서도 차이가 날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세부적인 경기 시작 시간이 없다. 그래서 한국의 수영선수들은 경기 시작이 9시 거기에 첫 경기라면 눈치껏 약 20분 전에 소집실로 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경력이 쌓일수록 눈치는 당연히 늘어난다. 그렇게 아슬아슬 경기 시간을 맞출 때도 있다.


고등학교 3학년 전국체전 때였다. 결승 경기를 앞두고 전광판 고장으로 수영복을 오랜 시간 입고 있었다. 당연히 그 당시 나는 경기 시간에 딱 맞춰서 수영복을 입었기 때문에 근육에 부담이 되고 있는 상태였다. 모르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수영 선수들이 입는 수영복은 매우 타이트하다. 그래서 입는데도 까다롭고, 오랜 시간 입고 있으면 매우 타이트하기 때문에 근육의 상태에 영향을 준다. 당연히 경기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어쨌거나 전광판 고장으로 경기 시간이 20분 이상 지연이 되었었다. 하지만 어처구니없게도 별도의 안내나 공지는 없었다. 20분 동안 경기 재개만 기다렸었다. 그러다 지친 나는 수영복을 벗기 위해 다시 탈의실에 들어갔었다. 그러나 그때 다시 경기가 재개된다는 소리가 들렸고, 벗던 수영복을 다시 입고 경기를 뛰었던 경험이 있다. 뭐 결과는 좋았으나 그때 조금 더 잘 대비했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욕심도 있다. 눈치 싸움에 실패했지만, 결과가 좋아서 좋은 기억으로 남은 것이다.


언젠가 왜 한국은 경기 시간을 정하지 않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카더라 얘기로는 경기 시간이 정해지면 빨리 끝나는 경기도 그 시간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경기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일본에 대회를 갔을 때는 돗자리를 까는 구역부터, 워밍업 레인 별로 페이스 구간, 스프린트 구간, 스타트 구간들이 정해져 있었다. 심지어는 스타트를 불러주는 담당자도 있었다. 지금은 한국 선수들이 더 잘하지만 이런 부분은 본받으면 조금 더 좋을 텐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최소 한국에서도 일찍 퇴근도 좋지만, 경기 시간이 정해져 있다면 선수들한테 더 좋을 텐데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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