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라는 것은 말이야

by B O S

작년에는 3번의 대회를 나갔다. 3월, 9월, 11월. 수영 대회는 아니고 마라톤 대회다. 종목은 각각 21.195km, 10km, 42.195km였다. 나는 살면서 내가 대회를 또 나가고 싶다고 생각할지는 꿈에도 몰랐다. 수영 선수로써 생활할 때 경쟁 상황에 놓이는 것이 매우 스트레스였기 때문이다.

KakaoTalk_Photo_2025-01-14-09-56-06.jpeg 춘천마라톤

대회라는 것은 모든 것을 걸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1년 중에 중요한 대회날에 맞춰 훈련을 하고, 몸관리를 한다. 24/7을 대회날을 위해 집중한다. 먹는 것부터 쉬는 것까지 모든 것을 제어한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이 있더라도 경기력에 지장을 준다면 참는다. 그러니 모든 것을 걸고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일반인들도 같다. 직장에 다니면서 선수들이 훈련하듯 생활 리듬을 대회에 맞추고 집중해서 훈련한다. 이렇게나 스포츠에서 대회라는 것은 선수나 일반인들에게 중요하게 작용한다. 대회를 뛰었을 때는 그냥 운동했을 때보다 같은 목표를 이루더라도 성취감도 크게 다가온다. 반대로 패배감도 크게 다가온다. 대회라는 환경이 감정을 고조시킨다. 나는 선수시절 성취감도 좋았지만, 패배감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선수를 그만두고 나서는 여러 번 가벼운 국내 수영 대회 권유를 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그렇다면 대회의 규모가 커질수록 더 긴장이 될까? 그건 아닌 거 같다. 아시안게임이라고 심장이 더 뛰거나, 전국 체전이라고 덜 뛰거나 하진 않았다. 동네 대회라도 중요하다면 긴장되는 것은 같았다. 규모보다는 중요도가 우선인 것 같다. '대회 한번 신청해 볼까? 그래 한번 신청해 보자' 이렇게 대회를 뛰기로 마음먹었으면 웬만해서는 편안하려는 마음은 안 가지는 것이 좋다. 어차피 편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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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은 소집실에서 입장하는 순간부터 혼자만의 시간이 펼쳐진다. 개인 루틴에 따라 자세한 건 달라지지만 수영 대회에서 순서는 다음과 같다. 소집실에서 수영장으로 8명의 선수가 입장하고, 옷을 준비된 바구니에 벗고 준비한 후 스타드대 앞에 선다. 때에 따라서는 스타드대의 물을 수건으로 닦는다. 그리고 선수 소개를 한다. 소개가 끝나면 심판의 준비 신호에 맞춰 스타드대에 올라간다. 그리고 신호에 맞춰 출발. 각자 준비된 레인에서 최선을 다해 경기를 한다. 짧게는 50m부터 길게는 1,500m까지 레이스를 완주해서 물속을 벗어나기 전까지 누군가와 얘기할 수 없다. 온전히 혼자 경기를 펼치는 종목인 것이다. 경기 상황을 조율하기 위한 코치의 소리나 응원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물론 복싱부터, 사격 등 고독한 종목은 많다. 하지만 수영은 물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경기를 한다는 점이 더 고립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마라톤은 달랐다. 묵묵히 레이스를 펼친다는 점은 같지만, 외롭지 않았다. 42.195km를 뛰거나, 짧게는 10km 뛸 때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레이스를 펼치고 있을 때도 모르는 사람들이 나에게 응원을 해준다. 함께 뛰는 사람들도 경쟁보다는 서로 응원의 말을 건네면서 격려한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누군가와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하는 것을 좋아하는 타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회를 뛰는 또 다른 이유는 모르는 누군가에게 응원을 받고, 나 또한 진심으로 응원할 때 기분 좋은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잔뜩 응원을 받고, 응원을 하면 완주를 하고 난 후에도 저녁에 뜯은 손난로처럼 온기가 가슴속에서 며칠은 간다.


수영을 고독하게만 쓴 거 같아 조금 더 덧붙이자면, 수영의 경우 혼자만의 레이스를 묵묵히 펼친 후 터치패드에 터치하고, 전광판에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을 확인했을 때의 성취감은 어마어마하다. 왜냐하면 레이스를 펼치는 순간에는 나의 기록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르게 말해서 랜덤박스를 개봉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뭐 배영의 경우 50m를 턴하고 선수들은 자신의 페이스를 확인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제는 성적의 욕심에 벗어나 즐기는 대회를 뛰고 있지만, 가끔씩은 나도 모르게 욕심을 낼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선수할 것도 아닌데 즐기자'라고 되새긴다. 2025년도 달리기 대회에 나갈 생각이다. 그런데 달리기의 인기가 이어져서 대회 티켓팅도 너무 어렵다. 이제는 원한다고 하여도 대회의 중압감을 느끼기 힘들다. 그래도 매년 풀코스 1회 완주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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