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by B O S

부상은 스포츠에서 없으면 좋겠지만 뗄 수 없는 관계다. 준비 없이 가벼운 운동을 하다가도 부상을 입는 경우도 있고, 무리해서 부상을 입는 경우도 있다. 고등학교 2학년 하계 국가대표 상비군 훈련 때였다. 경기체육고등학교에서 훈련을 했었다. 내가 속한 훈련 파트는 자유형 파트였고, 수영장 안쪽 끝에 2개의 레인을 사용했었다. 한 달 가까이 진행되는 훈련 중에 점차 기록이 좋아지는 것을 경험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1분씩 다니던 100m 연습 기록이 58초씩 지치지 않고 다닐 수 있게 됐던, 말도 안 되는 성장을 경험한 기간이었다. 당연히 그간 쌓여있던 훈련 양이 빛을 보던 것이라고 지금은 생각된다. 그러나 그간의 훈련 양을 소화하면서 내 어깨는 무리를 했던 것 같다. 한 달 기간의 훈련이 얼마 남지 않은 날, 오후 훈련이 시작되고 훈련이 중반을 넘어가던 무렵이었다. 어깨에 심상치 않음을 느꼈고, 코치님에게 말씀을 드렸다. 이전부터 약하게 어깨의 통증은 있었지만, 돌릴 수 없는 지경은 처음이기도 했다. 그날 이후로 합숙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킥연습만 하다가 부산으로 내려왔고, 정밀 검사 결과에는 슬랩과, 방가트 소견이 나왔다. 전국체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수술보다는 재활을 선택했고, 다행히도 훈련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그해 고2 전국체전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물론 어깨 부상은 내가 은퇴할 때까지 나와 함께 했다. 대표팀 때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웨이트 트레이닝 훈련 시간이었다. 스쿼트 중에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보다 더 많은 무게의 원판을 코치는 추가했다. 그 훈련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식당으로 향하는데 무릎이 묘하게 뻑뻑하고 구부려지지 않았다. 선수촌 외부에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갔고, 무릎에 물이 찼다는 소견을 받았다. 이처럼 운동을 하면 참 많은 부상을 원치 않아도 겪을 때가 있다.


당연히 훈련을 제외한 아찔하거나 황당한 부상도 있다. 중학교 때 한 번은 스타트 연습을 하다가 화려하게 스타트를 한다고 높게 뛰어올랐다가 뛰어들었는데, 그대로 머리를 바닥에 박아 목을 다쳐 깁스를 한 경험도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지금 멀쩡한 게 정말 다행이다. 미국의 마이클 펠프스와 경쟁했던 올림픽 금메달 선수 라이언 록티 선수는 황당한 부상에 빼놓을 수 없다. 한 번은 2009년 브레이크 댄스를 추다가 무릎 반원팔 손상이 왔다고 한다. 수영선수가 브레이크 댄스를 추다가 무릎 손상이라니 말이다. 분명 동료들과 탈의실이나 숙소에서 장난을 치다가 그랬을 거라고 생각한다. 또 한 번은 이 선수의 10대 극성 소녀 팬이 그에게 달려들어 전방 십자인대와 내측 측부인대 손상 부상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한다. 미식축구에서 볼 법하게 록티에게 달려들었던 걸까? 어쨌든 라이언 록티 선수는 이런 부상들 때문에 휴식기를 가지기도 했다. 그 외에는 심각한 부상도 많다. 일반적으로 수영 대회에 가면 스타트를 양끝 두 개의 레인을 사용해서 한다. 그때 선수들끼리 눈치껏 줄을 서서 스타트를 하는데, 물 안에서 스타트를 해야 하는 배영선수의 경우 스타트대에서 뛰는 다른 선수들과 서로 눈빛을 주고받고 뛰는 경우가 많다. 물론 친하면 당연히 말로 소통한다. 어쨌거나 서로 조율이 되지 않아 동시에 스타트를 해서 다친 경우도 본 적이 있다. 다이빙 선수 같은 경우는 회전을 하다가 다이빙 대 바닥에 박는 끔찍한 경우도 있었다.


보통 부상을 겪게 되면 운동선수들은 마냥 쉴 수만은 없기 때문에 다치지 않은 곳 위주로 훈련을 한다. 수영의 황제 마이클 펠프스 선수의 자서전에 부상을 극복한 얘기가 나온다. 마이클 펠프스가 오른쪽 손목의 뼈가 부서졌고, 이 때는 베이징 올림픽이 1년 전인 중요한 시기였다고 한다. 손을 사용할 수 없으니 고정식 사이클 훈련이나 킥 훈련을 집중하였고, 그것이 마이클 펠프스 선수의 강력한 돌핀킥에 영향을 끼쳤다고 얘기다. 나도 발목을 다쳤을 때는 팔로만 하는 풀 훈련을 많이 했다. 그때 기록이 매우 많이 줄었다. 아무래도 풀만 하다 보니 스트로크 기술이 좋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극복할 수 있다면 좋지만, 극복하지 못하고 은퇴를 하는 경우도 많다. 부상을 당하면 정도에 따라 휴식기가 길어질 수 있다. 그리고 복귀를 했을 때 훈련을 하려면 부상에 대한 두려움도 극복해야 하고, 신체 수준도 대회가 가능한 수준까지 올려야 하는데 이것들은 매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내 주변에도 매우 훌륭한 선수들이었지만, 부상으로 인해 어린 나이에 은퇴한 선수들을 많이 봤다.


2년 정도 전에 미식축구의 쿼터백 애런 로저스 선수가 시즌 첫 경기에서 아킬레스 건 파열로 수술을 한 적이 있다. 이 선수는 수술 후 6주도 안돼서 목발 없이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킬레스 건은 회복이 느리기로 유명한 부위다. 물론 개개인의 차이는 있겠지만, 의학이 발달하면서 부상 회복에 대한 기술이 이렇게 많이 좋아졌다는 것을 느꼈다. 조금만 더 있으면 주사 한방으로 관절이나 인대가 복구되고, 통증이 없어지는 것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때가 되면 오버트레이닝도 좀 더 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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