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근성

by B O S

어릴 때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수영장의 어린이 풀에서 조약돌을 줍기 위해 물속으로 뛰어드는 장면이다. 나를 포함한 많은 아이들이 선생님이 어린이 풀 한가운데로 돌을 던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장면이다. 그 장면 이후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때의 감정은 내가 첫 번째로 줍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던 거 같았다. 지금은 세상에 나보다 대단한 사람이 넘쳐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어릴 때는 유독 남한테 지기 싫어했던 거 같다. 수영을 할 때는 물론이고, 운동회에서나 체력장에서 달리기를 할 때도 항상 일등을 했어야 마음이 편했다. 공부에서는 왜 그렇지 못했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당연히 지기 싫었을 것인데, 운동과는 다르게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을 어렸을 때 바로 직감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이유도 없이 감정적으로 나를 때리던 코치 밑에서 팀을 옮긴 적이 있다. 그 코치가 때리던 도구는 천수건이었다. 수건에 물을 적셔서 있는 돌돌 말아서 힘껏 짜면 수건이 단단해지면서 나무방망이 같은 밀도를 가진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처음에 맞은 이유는 4학년 때 전지훈련을 갔는데 나보다 1살 어린아이가 수영복을 안 챙겨 왔다는 이유였다. 그날 내 엉덩이는 피멍이 들었다. 물론 나는 수영복을 챙겨갔고, 그 친구는 맞지 않았다. 2년이 지난 후 마지막에 참지 못하고, 팀을 옮겼을 때는 다른 아이들이 워밍업을 하면서 줄을 잡아당겼다는 이유였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누나가 있었지만, 창고로 끌려가 그날도 실컷 맞았다. 국가대표가 된 후 어떤 대회가 끝나고 오는 어머니 차 안에서 어머니가 언젠가 말씀하신 적이 있다. '그때 그 코치는 네가 승부근성이 없어서 근성이 없다고 하더라'라는 말이었다. 그 코치는 무엇으로 나를 그렇게 판단했던 것일까.


대학교 4학년 때였다. 선수촌에서 수구 국가대표로 있던 선배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산에 차를 끌고 가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것이었다. 그 선배는 나와 내 친구에게는 매우 나이스한 사람이었다. 대회 때 만나면 웃으면서 먼저 인사를 건네주던 선배였다. 운동선수들은 알겠지만, 후배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좋은 선배는 거의 없다. 고 3 때 전국체전 수구 경기에서 처음 만났을 때는 경쟁도 되지 않던 우리에게 골을 넣게 해 주고, 다치지 않게 후배들에게 몸싸움도 자제하라는 등에 배려도 해주었다. 우린 수구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몸싸움을 했다면 수영 경기에서 큰 지장이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나에게는 좋은 기억만 있던 선배였다. 추후에 알게 된 사실로는 도박 빚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빌릴 때까지 빌렸고, 불법 업체까지도 손을 댄 후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었다. 여러 논문이나 리뷰들이 지적한다. 운동선수의 승부근성이 주요 도박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이다. 스포츠는 이겨야 하는 동기가 강하다. 오죽하면 1위가 아니면 기억하지 못한다는 말도 있을 정도니 말이다. 도박도 비슷한 구조라 선수들이 또 하나의 경쟁으로 받아들이면서 쉽게 빠져들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승부근성이 안 좋게 보인 적은 무수히 많지만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사건이 하나 있다. 1997년 6월 28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마이크 타이슨과 이밴더 홀리필드의 헤비급 타이틀전이다. 그날은 이전 경기에서 패배한 타이슨에게 중요한 설욕전이었다. 그러나 그날 타이슨은 경기가 잘 안 풀리는 나머지 홀리필드의 귀를 물어뜯고 실격패 했다. 이외에도 수많은 종목에서의 약물복용, 사이클 레이스 중에 상대를 밀어서 부상을 입히는 등에 승부 근성이 극단적으로 치닫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반대로 승부근성이 좋게 작용하는 경우도 당연히 많다. 나의 경우 고 3 때 전국체전을 준비하면서 당시의 라이벌 선수에게 지기 싫어서, 화장실에서 토를 할 정도로 강하게 운동을 한 적이 있다. 그 당시 이런 나의 승부근성이 강한 훈련도 견디게 했고, 당연히 좋은 결과를 안겨주었다. 또 올림픽에서 많은 유명선수들이 국위선양이나 패배를 기억하며, 훈련과 경기에 임해서 좋은 성적을 내는 인간 드라마도 자주 본다. 이런 것들이 바로 승부근성의 좋은 예시라고 생각한다.


사실 일상에서 승부근성이 있다는 사람들과 마주해 보면 부담스러운 경우가 더 많다. 사소한 것에도 예민하고, 과하게 임하는 태도가 보이기 때문이다. 재미로 시작한 것이 격해져서 서로 감정이 상하는 경우도 많이 보기도 했다. 어쩔 때는 이길 수 있어도, 져줘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말이다. 요즘에 감사한 건 내가 도박에는 아예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아 다만 가끔 못 넘어가는 것이 있다. 바로 인형 뽑기다. 뽑아 놓으면 먼지만 쌓이는 무쓸모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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