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아. 너희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엄마는 보이는 걸 있는 그대로 믿지 않는 습관이 있단다.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그 사건을 두고 벌어지는 각종 논란들보다 사건의 본질에 치중해 취재하려고 했던 습관들이 고질병처럼 고착화된 거겠지. 사람들은 엄마더러 있는 그대로를 받아드리라고 하는데, 엄마는 보여지는 게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에 그럴 수가 없더라고.
엄마가 스토커로 불리게 된 것만 보아도 그래. 유명인의 사생활이 어디까지 지켜져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문제고, 기자가 취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들이 과연 스토킹인가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지. 엄마는 이런 유형의 논란 속에서 스토커라 불리게 된 것 뿐, 너희에게 부끄러울만한 짓을 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단다. 보여지는 게 전부는 아니라는 말, 이제 이해가 좀 될까?
한번은 ‘인플루언서의 실체’에 대해서 취재한 적이 있어. 유튜버, SNS 스타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삶에 대해 들어보는 기획 기사였지. 연예인보다 더 연예인 같은 사람들이었단다.
그들과의 만남은 재미있었어. 연예인과는 또 다른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기에 신선하게 다가왔지. 신비로워야 높은 인기를 얻는 연예인과 달리 거의 모든 일상을 공유해야만 인기를 얻는 새로운 장르의 직업이라고 할까. 팔로워 수로 인기의 척도, 그러니까 몸값이 결정되는 사람들이었지.
아직까지도 종종 연락하며 안부를 주고 받는 인플루언서는 SNS 속 모습보다 더 소탈하고 인간미가 넘치는 사람이었어. 사진 속 그녀는 도도할 것 같아 보이는데 실제의 그녀는 전혀 그렇지 않았지. 그래서 엄마가 물었단다.
“이런 실제 성격을 보여주면 더 좋을 것 같은데 아닌가요?”
“저는 사람들에게 화려한 모습만을 보여줘야 해요. 사람들은 자신들의 워너비를 좋아하죠. 자기와 똑같은 삶을 사는 일반인의 모습을 원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말야. SNS 속 화려한 모습은 결국 그걸 보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던 거야. 예쁘고 화려하게 꾸며야만 좋아요 숫자가 올라가니까 더 진하고 과하게 꾸밀 수밖에 없는거지. 5성급 호텔에서 명품백을 껴안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자주 보이는 이유가 그런거란다.
쌍둥아. 너희가 사는 세대에서 휴대폰과 SNS는 떼려야 뗄 수 없다는 걸 잘 알아. 엄마만해도 휴대폰 배터리가 부족하면 초조하고 불안한데, 디지털 세대로 태어난 너희는 오죽하겠니. 잘만 활용하면 아주 유용한 기계가 휴대폰이고 SNS라는 건 엄마도 알고 있단다. 그런데 한가지 유의해야 할 것은 그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실제와는 다를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어야 해. 그것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지. 허구이거나 허황된 것이거나 부풀려졌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현실을 직시하는 게 중요해. 겉으로 보여지는 것들이 모두 진짜는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지.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만들어놓은 가면 속에 살고 있단다. 너희도 그렇지 않니? 때로는 보여지기 위한 행동을 하곤 하잖아.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자연인이 되었을 때의 너희의 모습은 엄마도 알지 못하는 것처럼,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의 모습은 일급비밀이지.
쌍둥아. 사람들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에 현혹되지 않길 바란다. 너희가 맞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뚝심을 보였으면 해.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니까 말야.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