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포도 Oct 28. 2022

꽃을 선물하렴

나도 한때는 그이의 손을 잡고

내가 온 세상 주인공이 된 듯

꽃송이의 꽃잎 하나하나까지

모두 날 위해 피어났지

올림픽대로 뚝섬 유원지

서촌 골목골목 예쁜 식당

나를 휘청거리게 만든

주옥같은 대사들

다시 누군가 사랑할 수 있을까

예쁘다는 말 들을 수 있을까

하루 단 하루만 기회가 온다면

죽을힘을 다해 빛나리

아이유의 ‘드라마’   

  

쌍둥아. 엄마는 동부간선도로를 따라 월계동을 향하고 있을 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 노래를 처음 들었어.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지만, 시야가 흐려질 정도로 울었지. 엄마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만 같은 가사가 울린 걸거야.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나를 잊은 채 산 지 오래지만 사실 엄마도 한 때는 우주에서 보아도 빛을 내는 세상의 주인공인 때가 있었거든. 매일 이 노래를 반복해서 들었단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유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물론 이런저런 사정으로 물거품이 됐지만), 팬심 때문이었는지 어찌나 심장이 두근거리던지. ‘성엄덕’이 될 뻔 했는데 말야. 성공한 엄마 덕후! 


사람들이 종종 간과하는 게 있단다. 여자는 엄마가 되어도, 할머니가 되어도 여자인데, 엄마는 엄마로, 할머니는 할머니로 치부해버리지. 아무리 꼬부랑 할머니라도 그녀는 언제나 사랑받길 바라고, 자기가 사랑스러워 보이길 바라는데 말야. 사람들이 느끼지 못할 뿐이지 사랑스러운 여자가 되기 위해서 부단히 가꾸고 노력하거든. 비단 남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만은 아니란다. 여자는 자기가 아름다운 여성이 되는 게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는 걸 잘 알고 있지.


여자는 얇은 유리와 같아서, 작은 충격에도 쉬이 깨져버릴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조심스럽게, 사랑스럽게 다뤄야 한단다. 우리 쌍둥이는 중요한 날에는 꼭 꽃을 선물하고, 평범한 날에도 불쑥 꽃을 선물할 줄 아는 남자가 되길 바란다. 이왕이면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면 더 좋겠구나. 사랑하는 여인의 마음을 깨뜨리지 않는 방법 중에 하나가 바로 꽃을 선물하는 거거든.   


너희도 언젠가는 사랑에 빠지겠지. 스쳐 지나가는 풋사랑일수도 있고, 온 마음을 다하는 뜨거운 사랑일 수도 있을거야. 사랑에는 경중이 없고, 사랑의 깊이는 만난 횟수와 비례하지 않아. 그러니 어떤 순간에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길 바란다.     


엄마가 매일 말하는 톱배우 A 알지? 엄마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어. 그가 결혼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많은 기자들이 그의 집 앞으로 달려갔어. 물론 그 중엔 엄마도 있었고. 보통 기자들이 집 앞에 진을 치고 있으면 스타는 꽁꽁 숨기 마련인데, A는 그러지 않았단다. 오히려 당당하게 걸어 나와 “고생하지 마시고 돌아가시라”고 말했지. 매니저나 가족을 시켜 기자를 돌려보내지 않았어.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 직접 나선 거야. 진짜, 욕나오게 멋있더라. 뒤에 숨어 얄팍하게 사랑하지 않는 그의 성격이 톱스타로 군림하고 있는 이유일지도 모르겠구나.    

 

쌍둥아. 사랑 앞에서만큼은 당당하렴. 사랑을 위해 희생을 감내하거나, 쟁취를 위해 포기할 줄도 있어야 한단다. 엄마는 그저 너희가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을 하길 바랄 뿐이야. 언제든 스스로를 책임지고, 가정을 이룰 준비가 됐을 때, 사랑하는 여인과 뜨겁게 사랑하렴. 그렇다면 엄마는 언제든 찬성이란다. 멋진 시어머니가 될 준비를 하고 있거든!

이전 03화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