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아. 엄마는 너희가 스무살이 되는 날이 너무 기다려진단다. 어떤 모습의 청년으로 자랄지 궁금하고 기대되는데, 너희는 어떠니? 어른이 되는 게 두렵고 무섭니? 아니면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갈 수 있다는 기대로 가득하니? 어떻든 어른이 된다는 건 무한한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만 알아뒀음 해.
스무살. 참 예쁜 이름인 것 같아. 열아홉에게는 없는 자유와 서른에게는 없는 싱그러움이 있는 나이지. 어디에서도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도록 허락된 나이인 것 같아. 엄마의 스무살은 어땠느냐고? 글쎄... 모든 장면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많이 즐거웠던 것 같아. 신나게 놀았고, 신나게 사랑했고, 신나게 뜨거웠지. 매사에 열정적이었던 것 같기도 해.
이십대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삼십대의 인생이 달라진대.그때만 할 수 있는 걸 차곡차곡 해놓아야 비로소 삼십대에 꽃을 피울 수 있다는 말이지. 5월에 꽃을 피우기 위해 한 겨울 찬 바람을 온 몸으로 맞는 꽃처럼 말야.
스무살이 되면 아르바이트를 하렴. 돈을 벌라는 게 아니야. 경험을 벌라는 거지. 누군가가 밀면 넘어질 줄도 알아야 하는 게 삶인데, 아르바이트를 통해 얻은 경험들은 다치지 않고 넘어지는 방법을 알려줄 거야. 그리고 1000만원을 모아보렴. 돈이 다 모이면 당장 짐을 싸서 떠나길 바라. 세계여행 말야. 지구는 너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고 크단다.
이십대 때 아르바이트를 10개 정도 했던 배우가 있어. 선생님, 편의점, 모델…. 돈이 되는 거라면 다 했대. 배우를 하려면 연기 학원을 다녀야 하는데, 학원비가 없어서 돈을 벌어야 했던 거야. 그는 그렇게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모두 여행 경비로 썼다고 해. 돈이 모이는 족족 비행기를 탔고, 결과적으로 안 가본 나라가 없다더구나. 몇 년 후 톱스타가 되었을 때 그는 연기도, 영어도 잘 하는 감각있는 배우가 됐지. 누구냐고? 배우 류준열 말야.
그는 지금 광고며 드라마며 영화며, 장르를 가리지 않고 섭외 1순위인데, 과거의 수많은 경험으로 쌓은 내공 덕분이 아닐까? 그는 엄마와 만났을 때 “세계를 여행하면서 배운 것들이 연기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어.
그렇게 떠난 여행지에서 사랑에 빠지게 된다면... 정말이지 너무 로맨틱하지 않니. 훌쩍 떠난 낯선 곳에서의 낯선 이성만큼 매력적인 것도 없지. 그리고 그 사랑에 미쳐보렴. 무언가에 미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희는 살아있는 거란다.
100편의 영화를 보고, 100권의 책을 읽으렴. 가보지 못한 나라, 해보지 못한 경험, 만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해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단다. 엄마가 미처 가르쳐주지 못한 것들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배울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구나.
쌍둥아. 쓸모없는 경험은 없단다. 미끄러질까봐 계단을 못 오르는 것보단 미끄러진 곳을 다시 밟지 않고 끝까지 올라가는 게 더 중요해.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거든. 누구나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하잖니. 엄마는, 너희도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너희의 스무살, 서른살, 마흔살, 그리고 엄마가 사라지고 난 후의 그 날들도 아주 아름다울 거라고 확신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