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아. 엄마는 최근 동생이랑 사이가 좋지 않아. 너희 이모 말야. 너희가 엄마만큼 좋아하고 따르는 이모와 아주 서먹머석 하단다. 물론 너희가 오작교 역할을 해주고 있어서 웬수로 지내진 않지만 엄마와 이모 사이에 보이지 않는 어색한 기류 때문에 불편해서 미칠 지경이야.
너희도 불편한 사람이 있니? 아주 오랫동안 보지 않아도 만나면 편안한 사람이 있는가하면 매일 보아도 볼 때마다 불편한 사람이 있단다. 스스로 전자인지 후자인지도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인 것 같아. 너희가 누군가에게 불편한 사람으로 인식되지 않았음 해. 그리고 너희 둘만큼은 서로 불편한 사이가 되지 않았으면 하고.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들이 있어. 가스렌지 불 끄기, 빨래 걷기, 항아리 뚜껑 닫기…. 되게 사소해보이지만조금만 지체해도 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전혀 사소하지 않은 일들이란다.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건 사과야. 불이야 끄면 되고, 빨래야 걷으면 되지만, 사과하지 않아서 닫혀버린 마음의 문은 다시 열기가 쉽지 않거든.
엄마는 아직도 마음 한 켠에 무거운 짐으로 자리 잡고 있는 사건이 있어. 모 여배우와의 일화지. 신인이었던 그녀와 인터뷰하기로 해놓고 약속 장소에 나가지 못했단다. 스케줄을 잊고 있었던 거야. 그 여배우는 화장도 다 하고, 옷도 예쁘게 입고 나왔는데 결국 말 한마디 하지 못한 채 들어가야 했지. 어찌나 미안하던지. 그런데도 엄마는 그녀와 매니저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도 하지 못했어. 놓쳐버린 타이밍은 쉬이 다시 돌아오지 않더구나.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그녀는 지금 유명 여배우가 되었단다. TV를 틀면 나오는 그녀를 볼 때마다 엄마는 괜히 마음이 무거워. 그냥 그때 사과를 할 걸 그랬어. 그게 더 쿨한 건데 말야.
서먹한 이모에게 오늘은 화해의 손길을 뻗어볼까해. 시간이 너무 지나서 우리가 왜 싸웠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지만, 더 늦기 전에 ‘미안하다’고 사과를 해야겠어. 너희도 마음에 빚을 쌓지는 말아야 해. 사과는 빠를수록 좋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