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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포도 Jul 05. 2022

퇴사할 용기

쌍둥아. 사람은 살면서 수백 번도 더 많이 용기를 내야한단다.  

  

새로운 반에서 새로운 친구에게 새롭게 말을 건낼 때, 아픔을 견디다 견디다 더 이상 못 견디겠을 때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난생 처음 보는 의사 앞에서 썩은 이가 가득한 입을 쩍 벌려야 할 때, 지각을 1분 앞두고 무단횡단을 해야할 때...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이상 내 안의 용기를 꺼내야 할 때와 마주하지.


엄마가 살면서 가장 큰 용기를 냈던 적이 언제였더라. 엄마는 사표를 던지던 그날, 평생 쓸 용기를 몽땅 쓸어 담아 다 써버렸어. 어찌나 떨리던지.      






퇴사를 한다는 건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하단다. 아빠의 잔소리와 엄마의 눈초리보다 더 아릿한 대출금 이자에 대한 압박을 이겨낼 용기. 새 직장은 이 직장보다 조금은 낫겠지 하는 희망 따위를 버릴 수 있는 용기. 쪼들리는 주머니 사정을 외면하고 월급날에 미련 갖지 않을 수 있는 용기. 포장 용기 말고. 하하.     


그러니, 방금 사표를 던지고 온 친구에게 다정하게 말해주렴. 너는 아주 큰 용기를 낸 거라고. 오늘만큼은 누구보다 씩씩하고 굳건했다고. 적어도 나보다는 용감했다고.     


만약에 말야. 아주 만약에 네가 출근과 삭발 중 삭발을 선택할 수 있다면, 빈대 붙어도 눈치 주지 않는 친구가 두 명 정도는 된다면, 가슴에 품고 다니는 오래된 사표가 있다면 말야. 엄마가 단전에서부터 깊은 호흡을 끌어 모아 사표를 던졌던 것처럼, 너희도 용기를 내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 다음은 그 다음에 걱정해도 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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