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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포도 Aug 29. 2022

헤어질 기회

 쌍둥아. 친한 후배가 청첩장을 보내왔네. 두어 달 후면 결혼을 하는데 꼭 와서 축하해달라고 말야. 예비 남편이 몇 살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신혼집은 어디인지, 시댁 식구들은 어떤지, 너무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어. 착하고 성실한 후배가 행복하면 그만이니까 말야.  


그 결혼식이 엊그제였단다. 원래대로라면 엄마는 엊그제 너희를 데리고 그 후배의 결혼식장에 갔어야 했지. 장롱 깊숙이 넣어둔 예물(10년 전이라 유행이 다 지난) 가방을 꺼내 들었을 거고, 안 신던 비딱 구두도 신었을거야. 예정대로라면 말야.


후배는 파혼했어. 결혼식을 한 달 앞둔 어느 날 아주 진지하게 깔린 목소리로 파혼을 알려왔지. 후배는 결혼을 준비하면서 겪을 수 있는 그렇고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이 남자가 아니어도 되겠다’라고 생각했다고 해. 물론 파혼의 결정적인 이유는 있었어. 남자 친구의 바람... 그것도 후배와도 몇 번이나 함께 만났던 어떤 여자와 말야.  


으.......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온몸이 떨렸다. 징글징글하지 않니. 왜 결혼을 앞두고 다른 이성의 몸을 탐색하느냐는 말이야. 차라리 걸리지나 말지.. 싶더라.     


후배의 목소리는 담담했단다. 아니 담담한 척하는 거겠지. 그래도 한 때는 결혼까지 생각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사람과 난리통을 겪었는데 어찌 괜찮을 수 있겠니.


“인영아, 헤어질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 거다?”     


자기는 정말 괜찮다고 말하는 후배에게 엄마는 이렇게 말해줬다.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드는데도 끌려가듯 결혼하고, 결혼했으니 해치워야 하는 출산과 육아라는 숙제를 마치고, 아이를 낳았으니 더더욱 그냥 살게 되는 것보다는 이쯤에서 헤어지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말해주었어. 헤어지고 싶어도 헤어질 수 없을 때 슬퍼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말이었는데, 위로가 되었으려나.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를 하고, 아이를 낳고 나면 헤어지고 싶어도 헤어질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될 테니, ‘아니다’ 싶을 때 접은 건 아주 현명한 거라고 칭찬도 해줬어. 이 글을 읽는 너희도 헤어짐을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해. 사랑은 또 하면 된다. 엄마 쓰레기인가? 

     

그 후배는 이제 더 이상 남자를 안 만날 거라고 하더라. 장담하지 말라는 내 말에 진짜라며 호언장담을 했지. 그런 후배에게 ‘사랑을 즐기라’고 말해줬어. 이별은 어쩌면 또 다른 사랑을 위한 절호의 기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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