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극장의 다양한 근무 형태
1년 전, 아이를 출산하고 육아휴직 중인 단원에게서 단체 메일이 왔다. 아이의 사진과 함께 새해 인사를 전하며, 육아휴직을 1년 더 연장하겠다는 소식이었다. 그와 함께 복직 후에는 기존의 풀타임 근무에서 50% 근무 형태로 전환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독일의 극장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직장에서는 근무 형태가 크게 50%, 75%, 100%로 나뉜다. 이는 개인의 상황과 업무의 성격에 따라 근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제도로, 실질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일과 삶의 균형을 가능하게 한다. 울름 극장 오케스트라를 예로 들면, 제2 바이올린 파트에는 10명의 단원이 소속되어 있다. 이 중 세 명은 50% 단원인데 이들이 한 명 반 몫을 맡는다. 75% 단원도 세 명 있는데, 이들은 세 명이 두 명 분량의 연주를 담당하며, 공연 스케줄에 따라 자신의 연주 비율을 매달 계산해 사무국에 제출한다. 결국 제2 바이올린에 7.5명의 풀타임 연주자가 고용된 셈이다.
파트타임 연주자들은 풀타임 연주자에 비해 비교적 여유로운 일정을 소화할 수 있어, 개인 레슨을 하거나 학교 출강, 혹은 육아에 집중하는 등 자유롭게 시간을 활용한다. 흥미로운 점은, 100% 근무 중이던 연주자가 개인적인 이유로 50%로 전환하기를 원할 경우, 기존의 50% 근무자가 100% 근무로 전환할 기회를 먼저 제공받는다는 것이다. 만약 해당 단원이 이를 원하지 않을 때는 새로운 50% 단원을 모집한다. 이는 단원의 권리를 존중하면서도 공석을 효과적으로 채우는 유연한 시스템이다.
이와 같은 근무 형태는 오케스트라 연주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몸담은 예술 사무국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볼 수 있다. 현재 네 명이 근무 중인데, 사무국장과 오케스트라 매니저인 나를 제외한 두 명은 각각 75%와 50% 근무 형태로 일하고 있다. 특히 독일의 이러한 근무 형태는 파트타임 근무자에게도 풀타임 근무자와 동일한 복지 혜택을 보장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더불어, 파트타임 근무는 전체 고용의 10% 이내로 제한되며, 이를 남용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원칙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단순히 근무 형태를 유연하게 나누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용의 질적 균형을 유지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반면 한국의 상황은 여전히 많은 제약이 있다. 정단원이 아니면 무기계약직, 비정규직, 비상임 단원 등으로 근무 형태가 한정되며, 근무 환경의 유연성과 복지의 균형 면에서는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적지 않다. 물론 독일의 극장 역시 복잡한 규칙과 법규, 자체 조례가 존재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고용주와 예술가 어느 한쪽에만 유리하도록 설계되지 않는다. 대신 협의를 통해 균형을 맞추는 것을 중요한 원칙으로 삼는다. 우리 극장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다만 이를 개선하기 위해 양측이 문제를 제기하고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는 점이다. 이는 단지 제도적 유연성을 넘어, 예술가의 삶과 작업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신뢰와 배려의 문화이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사례를 참고해 일과 삶, 그리고 고용의 균형을 함께 고민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사례는 단순한 이상향이 아니라, 협력과 조율을 통해 실현 가능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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