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드러난 부분이 전체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경우를 두고 빙산의 일각에 비유한다. 독일의 극장을 하나의 거대한 빙산이라고 봤을 때 준비된 공연을 관객에게 선보이는 부분은 말 그대로 빙산의 일각이다.
독일의 극장에는 수많은 직업군이 존재한다. 흔히 떠올리는 배우와 감독, 무대, 조명, 기술팀만이 전부가 아니다. 배우들의 신발을 담당하는 구두장인, 무대의 모든 의상을 직접 만드는 봉제사, 무대세트를 제작하는 기술자, 무대의 페인팅과 그림을 그리는 페인팅장인, 가발을 만드는 가발장인, 예전에는 대사를 속삭여주는 대사(가사) 도우미(수플뢰어)도 있었다고 하는데 이렇게 이름조차 생소한 직업부터 이런 작업까지 극장에서 일하나 싶을 만큼 한 극장에는 수십 가지 직업군이 있으며 적게는 200명 많게는 6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일한다.
지자체로부터 예산을 가져오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수많은 배우들의 연습시간과 리허설을 조정하고, 전략적으로 홍보하고, 극장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경영, 회계, 홍보, 교육, 관리팀도 빼놓을 수 없다. 이처럼 수면 아래의 거대한 얼음덩이인 극장의 보이지 않는 기술, 행정, 관리파트가 시계의 톱니바퀴처럼 빈틈없이 돌아갈 때 비로소 관객은 빙산의 일각을 본다.
독일의 극장 시스템은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하다. 예술가, 관객, 그리고 지역사회가 상생하는 이상적인 시스템이라고 자부한다. 매거진 '독일 극장의 이모저모'에서는 공공 극장 시스템을 중심으로 역사적 배경부터 문화정책 그리고 독일 극장의 현주소까지 하나하나 다룰 것이다. 어쩌면 한국의 문화예술기관이 좋은 본보기로 삼을 만한 대안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배우고 느낀 것들을 공유한다.
누군가는 알고 싶었던 내용일 수도, 누군가에겐 호기심, 누군가에겐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길잡이가 되어 줄 글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단순히 정보 전달만이 아닌 지식과 혜안을 담을 수 있도록 애써볼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