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도덕, 인성교육기관으로서의 극장

극장은 도덕 학교다.

by Arete

독일 문학사에서는 일반적으로 18세기 중반부터 독일 시민연극의 출발점으로 규정한다. 이때 계몽주의와 맞물리며 마중물이 되었던 인물이 비평가이자 극작가였던 고트홀트 에브라임 레싱(Gotthold Ephraim Lessing, 1729.1.22~1781.2.15)이다.

레싱의 초상화 . ⓒ Gleimhaus


당시의 공연예술인 오페라나 발레는 궁정과 귀족 사회의 전유물이었고, 일반인들은 유랑단의 공연을 즐겼다. 유랑단들은 빈약한 가설무대, 음식점 또는 노천극장에서 공연하고 의상, 무대장치 심지어 대본까지도 직접 쓰는 일까지 도맡아 했다. 작품의 수준은 조잡했지만 연극의 인기는 점점 커져 갔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유랑극단은 시민극의 발전과 관련하여 중요성을 더해가고 정착되어 갔다. 하지만 수준 낮은 텍스트, 독일인의 정서와 맞지 않은 프랑스 작품 상연, 예술보다는 밥벌이가 우선이 되었던 공연의 질과 운영방식 등은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어왔고 이는 상설무대의 필요성으로 이어졌다. 레싱은 이런 점을 지적하며 예술가가 상주하는 상설무대 즉 국민극장 창설을 위해 다음과 같은 '시민비극' 이론을 제시한다.


최초의 함부르크 국민극장 . ⓒ Staats- und Universitats


'대상에 대한 사랑과 그 대상의 불행에 대한 불쾌감이 결합된 감정'을 동정심이라 정의한다. 이는 이웃의 고통과 불행을 무시하지 않고 공감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고통받는 이웃을 돕는 미덕과 관용의 시작점이다. 레싱은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적합한 장르가 비극이라고 믿었다.


비극작품의 주인공은 '우리와 같은' 사람이므로 그가 겪는 가혹한 불행은 우리 자신에게도 찾아올 수 있다는 불안감을 일으킨다. 이 불안감은 보편적이지만 막연한 감정인 인간애를 열정적인 동정심으로 성숙시키고, 동정심을 실천하는 덕으로 승화시킨다. 다시 말해, 비극작품은 인간의 도덕적 교화를 담당한다고 여겼다.

레싱은 또한 동정을 느끼는 횟수가 많을수록, 그 농도가 진할수록 우리의 동정심은 숙련된다고 표현한다. 성숙화의 과정을 거쳐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의지와 능력으로 변화되는데, 이것이 '카타르시스'이다. 비극을 통해 연마된 동정심을 관객이 이웃과 더불어 사는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하게 만드는 것이 레싱의 궁극적인 시민비극의 목표 '극장은 도덕세계의 학교'이다.


레싱이 강조한 바와 같이 비극작품을 통한 관객(시민계급)의 직접적인 영향이든 또 다른 이의 주장인 희극성을 통한 사회적 비판을 가능하게 하는 희극이든 분명한 것은 예술작품이 올려지는 극장은 도덕적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명확하다.


함부르크 연극론 레싱의 책 ⓒ Arete


독일의 공연예술경영 대학원과정 문화이론 첫 수업에서 레싱의 '함부르크 연극론' 읽었다. 그리고 이어서 쉴러의 연설문 '훌륭한 상설무대는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가?'를 통해 극장은 일종의 재판정이고 실용적인 지혜의 학교라는 극장의 기능을 더욱 극대화할 수 있는 측면에 대해 토론했다. 이는 미래의 예술기관 경영자들이 주목해야 할 가장 본질적인 테마가 아닌 가 싶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스스로 납득이 되어야 주장할 수 있느니 말이다.


250년 전 레싱의 등장을 통한 연극개혁의 촉발과 상설극장의 필요성은 여전히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특히 한국의 문화 예술 기관이 목적에 부합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청년 예술가의 고용, 공연예술 수준의 향상, 지역 문화 발전, 레퍼토리 시스템의 도입 등에 앞서, 공연예술 기관이 도덕적(교육적)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짚어보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2023년 7월 13일 개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수정 보완하였습니다.


[참고자료]

G.E.Lessing: Hamburgische Dramaturgie, 1767/68

고트홀트 레싱: 함부르크 연극론, 윤도중 번역, 2015

https://de.wikipedia.org/wiki/Gotthold_Ephraim_Lessing

Verschwiegene Moral. Die Korrektur der Rede durch stumme Gesten in Lessings

Hamburgischer Dramaturgie, Veröffentlichung : Studie zur deutschen Kultur, Bd. 18,12.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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