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독일의 극장과 오케스트라 경관

독일의 공공극장과 오케스트라 분포도

by Arete

독일의 공공 극장과 오케스트라 문화 경관은 독일의 무형 문화유산의 일부이다. 다양성과 밀집도는 유네스코에 등재 될 정도로 세계에서 유일무이하다. 역사적으로 볼 때 수백개의 영주국으로 된 독일은 인근 유럽 나라들에 비해 늦게 발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지금의 극장 경관을 갖게 되었을까?

공공기금으로 운영되는 독일의 극장 분포도 . ⓒ 독일음악정보센터


먼저 유럽 극장과 오케스트라의 발전을 연극의 역사와 관련하여 알아본다. 고대 연극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뿌리를 두고 있는 예술 형식으로 그 기원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그리스에서 연극은 종교적인 의식과 연결되어 신들에게 예배를 드리고 축제에서 공연되었다. 연극 공연은 신화와 신화적인 인물들을 주제로 하였으며, 극장은 신들을 위한 공간으로 여겨졌다. 고대 로마에서도 연극은 중요한 예술 형식이었다. 로마 연극은 그리스의 연극을 받아들여 발전시켰으며, 종교적인 요소보다는 대중적인 취향에 맞는 공연이었다. 주로 정치, 사회 문제를 다루고, 희극과 비극 등 다양한 장르와 주제가 다뤄졌다. 이러한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연극은 역사적, 문화적인 변천을 거쳐 현대 유럽 연극의 기반이 되었다.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한 가지는 외부와 내부 즉, 야외 극장과 상설 극장으로 이동 및 그 사이의 상호작용이다. 연극은 종교 활동의 일환으로 야외에서 열렸다. 고대 그리스와 이집트 전성기의 극장에서는 무대와 객석으로 구분된 공간 다시말해 실내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 전성기 이후 연극인들은 다시 야외로 나가야 했다. 이후 중세 시대 교회의 종교극이 성행하기 전까지 다시 모이지 않았다. 중세 연극은 점차 교회 앞마당을 거쳐 시장, 광장으로 옮겨갔다. 르네상스 시대 영국과 이탈리아에서 선견지명이 있는 후원자들을 통해 극장 건물은 다시 연극 단체를 위한 전용 극장이 되었다. 독일에서는 이 과정이 인근 유럽국가들에 비해 늦었다. 게다가 순회 극단은 궁정이나 이후 시민들이 지은 시립 극장에 초대되기 전까지는 거처를 제공받지 못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독일 극장 시스템의 뿌리는 궁정 절대주의 시대에 있다. 그 다양성과 밀도뿐만 아니라 비전과 잠재력 또한 소규모 봉건주의에서 비롯되었다. 대부분의 극장은 궁정의 연극 단체에서 발전하여 주로 왕족들을 위한 공연장으로 사용되었다. 곧 최초의 예술인들이 머무를 수 있는 (상주) 극장도 등장했다. 오랫동안 오페라는 궁정 극장의 예술 형식을 지배했고, 연극은 종종 순회 극단을 통에서만 공연되었다.


계몽주의 시대 당시 극장을 살펴보면 100년 넘게 절대적 찬사와 추종이 지속되어 프랑스 작품이 공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극작가이자 비평가인 레싱은 독일인의 정서와 맞지 않은 프랑스 작품을 전면적으로 비판하고 함부르크에서 앙상블(예술가 그룹)을 갖춘 상설 극장을 주창한 "함부르크 연극론"를 출간했다. 이는 독일과 영국의 작품 특히 셰익스피어 작품이 번역되고 무대에 올려지는 계기를 만들었으며 괴테, 실러 등 다음 세대 작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공공기금으로 운영되는 독일의 오케스트라 분포도 . ⓒ 독일음악정보센터


1767년 함부르크 극장은 그와 몇몇 사람들을 통해 국립 국장으로 개관하게 되었다. 비록 2년 뒤에 문을 닫게 되지만 이를 계기로 국민극장의 활성화와 발전, 궁극적으로는 만하임, 바이마르 극장이 순차적으로 국립 극장의 지위로 격상되는 등 최초의 상설 극장으로서 선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18세기 후반에는 레싱과 실러의 연극 작품에 의해 촉발된 극장의 위치는 무대 예술 중에서 계몽적이고 전위적인 역할을 맡게 되었다. 오페라와 발레 또한 대표적인 예술 형식으로 더불어 발전하였다. 극장은 '부르주아를 위한 중요한 예술공간'으로써 각 도시는 궁정으로부터 그 임무를 이어받았다. 한편 나치와 동독시절에는 이런 궁정과 부르주아 극장을 개혁하려는 강력한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극장의 뿌리는 시립 극장이 보존되고, 궁정 극장은 현재 부분적으로 주립 극장으로 사용되는 토대가 되었다.


오늘날에도 연극 단체들이 끊임없이 유럽을 순회하고, 시립 극장이 도시 곳곳에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독일 극장의 역사는 예술을 제공하는 고정된 공연장과 자유로운 공간과 장소를 번갈아 가며 이상적인 공연 장소를 찾은 연극제작자들의 끊임없는 노력의 흔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것이 오늘날 독일의 공공 극장과 오케스트라가 전국에 밀도있게 분포된 이유이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조건화된 발전의 지연은 독일처럼 나중에 얼마든지 우위로 바뀔 수 있다.


현재 독일 내 공적 자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극장은 140여 개, 오케스트라는 129개이며 총 5만 명(각각 약 4만, 1만명)의 예술인과 극장, 오케스트라 운영관계자가 근무하고 있다. 그밖에 기간제, 수습, 게스트, 협력관계자를 포함하면 공공예술기관 종사자는 약 10만 명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공연예술보고서(2021년)에 따르면 국공립, 사립 총공연장수가 1325개, 가동율은 24.5%이라고 한다. 그 중 전국에 포진된 국공립 문예회관의 수는 250여개나 된다. 섬이나 다름없는 좁은 땅덩이에 독일 못지않은 하드웨어는 충분히 갖추어져 있는 셈이다. 그러나 대관 위주의 가동율 24.5%는 정말 아니지 않은가? 이제 진지하게 내부 시스템을 들여다보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2023년 6월 20일 제 개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참고자료]

T. Schmidt: Theatermanagement, 2012

이원양: 독일연극사, 2002

문화체육관광부: 공연예술조사보고서,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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