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풀뿌리 예술인 네트워크

독일의 예술인 네트워크 Ensemble Netzwerk

by Arete

¹2015년 2월 어느 날 저녁, 리사와 요한나는 평소와 같이 식탁에서 식사하며 독일 극장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던 중, 리사는 그날따라 격앙하여

이제는 더 이상 이런 상황을 견딜 수 없어.
우리가 편지를 써서 문제를 제기해 보는 게 어떨까?


라고 제안했고, 이 제안에 둘은 생각을 글로 표현해 보기로 하였다.

독일의 모든 시립 및 주립 극장의 동료 및 앙상블 대변인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희는 올덴부르크 주립극장의 연극 부서 앙상블 대변인이며 5년 차 배우인 리사와 조감독 요한나라고 합니다. 저희는 시립극장에서 일하면서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질병(심리, 정신적)은 치료할 수 없고 급여는 충분하지 않으며 감독에 대한 복종은 당연한 데다 경영진에 대한 두려움, 게다가 극장과 직업에 대한 혐오 및 신입 단원들의 번아웃과 우울증까지 녹록지 않은 현실에 직면하고 늘 자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여성 단원들에게는 "어차피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는 운명론이 만연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절망과 좌절은 극복하고 극장에서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시작 올덴부르크'라는 이름의 저희 팀은 다음과 같은 것들을 시작했습니다.
모두가 싫어하는 토요일 리허설의 90% 정도 폐지했고, ²드라마투어그의 작업은 일주일에 한 번 재택근무의 날을 시행하고 있으며, 제작 후속 회의는 정기적인 별도 담화형식으로 필요에 맞게 조정하고 더욱 발전시켰습니다. 또한 배우나 어시스트의 휴가 신청서는 더 이상 감독이 아닌 연출팀과의 협의를 담당하는 수석 드라마투어그와 ³무대감독에게 제출할 수 있습니다. 개인 일정이나 ⁴촬영 및 기타 일정도 진지하고 존중하는 태도로 대우하게 됩니다.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이 한 걸음은 우리에게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제는 이런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자극할 때입니다. 우리는 "우리도 많다"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탈의실이나 저녁에 구내식당에서만 불만을 표출하기 때문에 없는 존재나 마찬가지입니다. 제대로 인식되지 못한다는 것이죠.


2015년 2월 15일 올덴부르크의 부엌 식탁에서 독일 극장의 모든 앙상블에게 보낸 편지. ⓒ Ludwig Barnay


중략


이제 여러분과의 접촉을 통해 하나가 되기를 원합니다. 우리는 예술인 네트워크를 형성할 앙상블 배포 목록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원하시는 분은 누구나 포함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앙상블(단원) 회의에서 어떤 주제를 논의하나요?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요?
앙상블과 솔로 아티스트로서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있나요?


현재 일부 극장은 완전히 다른 문제에 직면하고 있고, 사내 단체 협약이 체결되고 있으며, 일부 극장은 일을 하고 섹션을 유지하기 위해 더 적은 돈을 받고 일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불평 없이 늘 그래왔듯 당연하게 받아들였지만, 이제는 우리 스스로를 옭아맬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시대에 뒤처진 단체협약이 제공하는 것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극장의 존재는 중요합니다. 우리는 이제 자긍심을 가지고 우리의 사회적, 정치적 위치를 일으켜 세울 때입니다.


이하 생략


2015년 2월 15일 올덴부르크의 부엌 식탁에서 독일 극장의 모든 앙상블에게 보낸 편지. ⓒLudwig Barnay


2015년 2월 15일 올덴부르크에서 작성된 이 편지는 실제로 전국의 공공극장에 보내졌으며 두 예술가에 의해 "앙상블 네트워크"가 창단됐다. 앙상블 네트워크는 예술가와 예술 스태프의 중요성과 처우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비영리 단체로 2016년부터 등록된 협회로 활동하고 있다. 이 협회는 처음에는 공적 자금을 지원받는 극장의 근무 조건과 예술적, 사회적 이슈에 대한 앙상블의 발언권에 초점을 맞췄다.


2018년 앙상블 네트워크 회의에서 다양한 공연 예술 협회의 연합체인 '공연예술협회'(Aktionsbündis der Darstellenden Künste)가 창립되면서 이러한 초점은 더욱 확대되었고 앙상블이라는 용어는 프리랜서와 정규직을 막론하고 공연 예술 분야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을 의미하게 되었다. 8명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목표 3000'이라는 슬로건으로 회원들의 관심사를 공식화했다.



회원 3000명을 목표로 하는 포스터 ⓒ Ensemble Netzwerk


지난 4년 동안 앙상블 네트워크는 매년 연방 앙상블 총회(BEV)를 개최했다. 이 회의는 극장 전문가들이 근무 조건, 연극 제작의 미래, 지식수준에 대한 아이디어를 교환할 수 있는 최초의 회의였다. 2018년부터는 문화 및 연극 산업의 정의 문제를 논의하는 전국 규모의 컨퍼런스인 '버닝 이슈'도 개최하고 있다. '4만 명의 극장 제작자, 국회의원을 만나다'라는 캠페인을 통해 배운 지식을 풀뿌리로 가져가 정치인과의 대화에 직접 적용하여 공연 예술의 중요성과 조건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2016년부터는 젊은 앙상블 네트워크, 연출 네트워크, 드라마투어그 네트워크, 버닝 이슈, 그리고 2020년에는 어시스트 네트워크, 중재 네트워크, BiPOC 네트워크, 연극 작가 네트워크가 실무단 그룹으로 설립되어 더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 편지를 썼던 당시 30대 중반의 두 예술가는 현재 40대가 되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요한나 뤼케는 여성 감독으로 활동 중이며 리사 욥트는 지난 기사에 썼던 독일의 예술인노동조합 중 '독일무대노동조합 GDBA'의 수장이 되었다.




한국 내 예술가들을 위한 커뮤니티와 네트워크를 조사해 보았다. 대부분의 커뮤니티는 청년 예술가들을 위한 취업 기회, 지원 프로그램, 교육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였다. '예술인연대'와 같은 예술가의 처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단체도 있지만, 그 활동 범위는 제한적으로 보인다.


예술가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것은 어떤 문제가 존재하며, 어떻게 개선해 나가야 하는지이다. 필자는 현악기 전공자로서 오랜 기간 시립교향악단의 연주자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이 기간 동안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공적 자금을 받는 시스템 덕분에 예술가의 생존권은 보장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시스템에 소속된 예술가는 소수에 불과하며, 전국에서 배출되는 전공자 수에 비해 일자리가 거의 없다고 할 정도이다. 게다가 이변이 없는 한 대부분 정년을 목표로 하고 결원은 충원되지 않는다. 예술 분야는 특히 안정적, 사회적으로 보장된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생계를 유지할까?


시스템을 개선하고 선진 문화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면 시스템을 조성하는 주체가 기다리지 말고 직접 행동에 나서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사례처럼 변화의 시작은 예술가 스스로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이들이 힘을 모아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목표 3000 프로젝트4만 명의 극장 제작자, 국회의원을 만나다 캠페인을 모델로 삼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겐 중간 규모의 다장르 복합극장과 각 장르에 특화된 앙상블이 고용되는 시스템조차도 부족한 실정이다. 예술가들이 함께 뭉쳐서 먼저 이 부분에 대한 문제를 공론화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협력과 노력을 통해 예술가들의 처우 개선과 예술 분야의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어내는 데 기여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1. 이 글은 2023년 6월 26일 제 개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수정 보완하였습니다.

2. ¹이 글의 첫대목은 홈페이지에 나온 "앙상블 네트워크는 2015년 올덴부르크의 한 식탁에서 배우 리사 욥트와 당시 조감독이었던 요한나 뤼케에 의해 설립되었습니다."라는 문장을 가지고 상상력을 발휘하여 상황을 그려보았습니다.

3. ²드라마투르그는 공공 및 민간 극장, 연극 단체 또는 축제에서 레퍼토리를 디자인하고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프로덕션에 참여하여 연극을 구체화합니다.

4. ³무대 감독은 연출가보다 위에 있고 예술 감독보다 아래 있으며 연극 부서의 전반적인 예술 부분의 책임을 맡습니다.

5. ⁴연극배우나 성악가, 감독들이 극장 외 개인 촬영이나 연주 일정이 있는 경우를 포함합니다.


[참고자료]

https://ensemble-netzwerk.de/

https://de.wikipedia.org/.../Datei:Ensemble-Netzwe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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