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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파인 Jan 30. 2023

하우스홀릭 5- 소리 자유

집에 살다

봄날 잠을 깨우는 소리는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이다.

새가 내는 소리는 정말 다양해서 그 울음소리를 다 묘사하기 힘들 정도이다.

지지 배배,  짹짹,  삐리리 삘리,  후우 후우  온갖 예쁜 소리를 내는가 하면, 끼익 끼익, 꽤깩 꽤깩 거리는 울음소리도 있다. 때로는 뻐꾹새나 소쩍새 소리도 들리는데, 이 소리는 무언가 그리워지는 오랜 감성을 자극하기도 한다. 잠을 자다가 정말 예쁜 새소리를 들으면 보이지도 않는데 살포시 일어나 창밖 숲을 한 참 더듬어 쳐다보기도 한다. 아니 저런 예쁜 소리가 있을까?  기분 좋게 자연의 새소리 알람을 들으며 생각한다. 참 행복하다.  물론 때로는 엄청 시끄러운 소리를 내기도 한다. 어느 날은 직박구리 새가 떼로 몰려와 우는데 너무 시끄러워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가만히 관찰해 보니 고양이를 위협하는 모양새다.  고양이와 새는 천적인데, 가끔 보면 매복하고 있던 고양이가 새를 잡기도 한다. 아마도 직박구리 동료 한 마리가 고양이에게 당했고, 그 복수를 하려고 저렇게 시끄럽게 소리 내는 것 같다. 그들의 대치는 한 해 여름 긴 기간 동안 이어진 적도 있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예쁜 소리이거나 거친 소리이거나 여기 이 공간에서는 자유롭다는 것이다. 모두 울고 외치고 해도 다 수용된다. 

  명절이 지나고  신문에는 층간 소음으로 부쩍 시비가 늘었다는 기사가 나온다. 아파트 생활을 접은 지 한 참되어 이런 뉴스가 생소하게 느껴진다. 사실 집에 살게 되면서 가장 자유로움을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소리 문제이다. 장르 구분하지 않고 이런저런 음악을 듣는 편인데, 음악 출력을 아무리 높여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끔 보면 전원주택에 거주하는 주변 지인들 중에도  오디오 마니아들이 상당히 있다. 오디오마다 소리의 결이 다 다르다 보니 음악마다 최적화된 다른 오디오와 앰프를 구해 감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의 매니악은 말리기 힘들다. 나는 그 정도는 아니라서 지인이 듣다가 귀찮아진 오디오를 구해와 마음껏 소리를 올려 음악을 듣곤 한다.  때론 몸이 울리는 느낌도 받을 정도로. 소리가 자유롭다. 이곳에서 소리는 공간에서도 자유롭고 시간에서도 자유롭다. 가끔 잠이 안 드는 저녁에도 음악을 듣곤 한다. 머릿속을 왔다 갔다 하는 수많은 생각들이 음악에 집중하다 보면 하나씩 사라져 버린다. 다시 노곤해지면 잠이 든다.    

  서울에 있는 아이들 집에 가서 자게 되면 창밖에서는 연신 자동차 소리가 들리는데, 집안에서는 식탁 의자 끄는 소리, 슬리퍼 소리, TV소리 하나하나 신경 쓰게 된다. 몇 년 전인가 아들아이는 밤늦게 들어와서 조용조용 전화 데이트를 하곤 했는데, 아랫집에서 무슨 속살거리는 소리가 신경 쓰인다고 항의를 받은 적도 있다. 시끄러운 거리의 소음과 극도로 민감한 청각의 불편함을 동시에 방어해야 하는 부자유함이 불편했다.

  숲 속 우리 집에서는 적막한 고요함과 때려 부술 듯 시끄러운 소리가 공존한다내 기분에 따라 나는 자유롭게 소리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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