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좋아하다보니 와인의 3가지 맛을 느낀다.
물론 와인 뿐만이 아니고 잘 만들어진 맥주에도 있고, 주말 한가한 오전을 기쁘게 해 주는 커피 한잔에도 이런 3가지 맛을 느낄수 있다.
이름하여 attack, palate 그리고 finish.
기본적으로 고급 와인을 마시면서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와인 한 모금을 입에 넣었을 때 입에서 느끼는 첫 번째 맛- attack.
입에 머금고 있다가 목넘김 할때의 두번째 맛 - palate.
그리고 입에서 와인이 사라진 뒤에 잔잔하게 밀려오는 아련한 마지막 맛- finish.
커피를 마실때도, 맥주를 마실때도 이와 같은 느낌이 온다면 가격에 상관없이 참 기분좋은 순간을 느낄 수가 있다.
어떤 맥주는 attack 이 강하여 시원한 감을 주지만 마지막 여운이 남지 않는 것이 있고,
또 어떤 것은 강한 시작은 없지만 목넘김 뒤에 잔잔한 달콤함에 잔잔한 여운을 주는 것도 있다.
물론 그 때 그때의 내 느낌에 달라질 수 있지만 어쨌든 3가지 맛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한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말이다.
사람에게서도 이런 것이 있는 것 같다.
처음 만나 몇시간 안되었지만 매력적인 사람이 있고,
처음에는 시선을 끌지 못하지만 만나면서 그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이도 있다.
처음 당김이 없더라도 그를 천천히, 아무 사심없이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 이끌리는 이는 나를 만나고 난 뒤 그의 존재감이 나에게 오는 경우다.
뭐라고 해야하나? 마땅히 구구절절히 설명할 수 없지만 매력적이라고 하면 될까?
이렇듯 모든 세상만사에는 3가지의 향이 존재하는 데 나는 첫 향기 보다는 은은함을 더해 줄수 있는 두번째, 세번째 향이 좋다.
나는 내 가족, 친구, 그리고 같이 이 삶을 걸어가는 이들에게 어떤 향이 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2014 1.30
설 연휴 첫날이다. 집사람이 내려주는 따뜻한 커피 한잔에 문득 이런 글이 생각나서 노트북을 들었다. 선물로 받은 커피를 갈아 따뜻한 물 한잔에 내려 마시니 향이 가득하다. 그렇게 첫 맛이 강하지 않지만 약간의 여운이 즐거운 아침을 맞이하게 해 준다.